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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빗물 새고, 한낮엔 찜통"… 이재민 641명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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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초(강원)=이동우 기자
  • 김지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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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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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 3개월, 600여명 임시주택에…보상 갈등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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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강원도 산불 이재민을 위해 마련된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의 조립식 임시주택. 7평의 임시주택은 여름 날씨엔 찜통과 비슷하다는 게 이재민들의 얘기다./ 사진=김지성 인턴기자
"얼마 안 있으면 영감 기일인데, 여기서 제사를 지낼 수가 없어서 제사 지낼 다른 장소를 빌렸어…"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지난 26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만난 박일여씨(71)는 대화를 나누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씨는 지난 4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생전 목수였던 남편이 직접 만든 주택을 포함한 삶의 터전을 모두 잃었다.

지금은 정부에서 마련해 준 넓이 24㎡(7.26평)짜리 조립식 임시주택에 살고 있지만 장성한 40대 아들과 살기엔 불편하기만 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빗물이 새어들어 수리를 받았다. 한낮에는 불볕더위로 실내가 찜통이 돼 잠시도 앉아있기 어려울 정도다.

박씨는 "직접 지은 집이 눈앞에서 시뻘겋게 타들어 가는데 지금도 눈물이 나서 말을 못 하겠다"며 "바라는 것은 하나도 없고 전에 살던 대로 원상복구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속초·고성·강릉·동해 산불이 발생한 지 석 달이 훌쩍 넘었지만 이재민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갑작스러운 재난에 삶의 질은 형편없이 떨어졌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희미해졌다.

올여름을 박씨처럼 임시주택에서 보내야 하는 이재민들은 287가구 641명이다. 나머지 이재민은 친척 집이나 국회 고성 연수원, 임대주택 등에 머물고 있다.

강원 고성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펜션(왼쪽), 산불로 전소된 주택과 뒤로 보이는 임시주택/ 사진=김지성 인턴기자
강원 고성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펜션(왼쪽), 산불로 전소된 주택과 뒤로 보이는 임시주택/ 사진=김지성 인턴기자
임시주택에서의 삶은 힘겹기만 하다. 일부는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매연이나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문제는 여름이 지나면 이내 겨울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단열기능이 거의 없어 영하로 떨어지는 강원의 겨울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60~70년을 시골에서 살아온 분들이 갑자기 산불을 만나 집이고 뭐고 다 잃었다"며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올 텐데 연로하신 분들이 컨테이너에서 어떻게 견뎌내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들이 무료로 임시주택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2년. 그전까지 주택을 마련해야지만 보상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피해 규모에 비해 후원금, 국민성금 등으로 나온 63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성군 토성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던 이재성씨(61)는 펜션과 집을 비롯해 11채가 모두 불탔다. 부모와 형제 등이 함께 거주했지만 보상액은 가구당 6300만원에 그쳤다.

이씨는 "주소지 등록을 핑계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라며 "집 1채 불탄 사람과 11채 불탄 사람을 주먹구구로 똑같이 대하니 답답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민들은 보상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대부분 산림과 공공시설물 복구에 쓰이고 이재민에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300여명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지난 11일에는 한국전력 나주 본사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상체계 마련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범중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로서는 예산 지원을 제대로 해서 폐허가 된 주택에 대해 개보수를 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재민은 상처가 크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선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대외협력실장도 "'재난이웃'은 갑작스러워서 대비가 없다"며 "이 분들이 겪은 트라우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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