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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대한제국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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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사회부장
  • 2019.07.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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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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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256메가 D램 세계 최고 개발 당시 삼성전자의 신문광고. 당시 대한제국의 태극기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정신 안 차리면 구한말 같은 사태가 올 수 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라’는 말로 유명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시인 1993년, 삼성 사장단에 던진 또 하나의 화두였다.

당시 이 회장은 18세기와 19세기 등 100년 단위의 세기말마다 항상 세계적인 변화의 소용돌이가 있었고, 2000년대를 앞두고도 ‘세기말적 변화에 대비하라’는 ‘구한말 위기론’을 사장단에 설파했었다.

준비하지 않으면 구한말 서구 열강과 일본의 제국주의의 군홧발 아래 침탈을 당한 대한제국의 그 아픔을 다시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 독도 상공에는 러시아 군용기가 날고, 중국과 일본 전투기도 구한말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895년의 청일전쟁과 1905년 러일전쟁 승전의 기세로 1910년 대한제국의 주권을 강제로 빼앗듯, 일본은 이제는 반도체 등 경제제재를 통해 한반도에서 다시 경제전쟁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 모습은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주권을 빼앗긴 날)과 참 많이 닮아있다.

일본은 경제 전쟁 선전포고의 이유를 우리의 2012년 대법원 강제징용 파기환송심 판결에 이은 2018년 10월 대법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서 두고 있다. 우리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의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국가가 아닌 개인에 대한 수탈 배상에 대한 것이다. 일본이 중국이나 미국 등에 했던 사과와 배상을 똑같이 하라는 얘기다. 일본의 일방적 무역제재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의 최혜국대우 등 국제조약에도 위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핑계로 우리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일본의 전형적인 한반도 침탈의 수순이다.

1592년 명나라를 치러 가겠다며 일으켰던 임진왜란이나, 청나라나 러시아로부터 대한제국을 지켜주겠다며 시작된 일제의 한반도 강제점령이 그랬다.

일각에선 일본이 우리에게 관대해지기를 바라지만 그건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 섬나라의 본능 속엔 대륙의 관문인 한반도에 대한 지배욕구가 숨어 있다.

반도체의 핵심 소재를 재물로 삼은 것은 전쟁 중 핵심 보급창을 타격한 것과 다름 아니다. 일본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일본 전자업체 수십개의 이익을 훨씬 뛰어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성장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그들의 것이었다고 생각했던 영광이다. 1991년까지만 해도 일본의 NEC, 도시바, 히타치가 세계 D램 시장 1~3위를 휩쓸었다.

이를 뒤집은 것이 1993년 이 회장이 세기말적 변화를 얘기하고, 1994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 85년째 되던 날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256MD램)을 내놓았던 때부터다.

김광호 당시 삼성전자 사장은 개발 마지노선을 경술국치일로 잡은 것을 두고 “적어도 D램 기술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평등했던 구한말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109년전 한국의 주권을 빼앗았던 일본이 이제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가기 위한 제국주의의 기치를 들고, 한국 반도체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109년 전처럼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체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구한말에는 서구열강들이 대한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든 말든 관심 밖이었다. 당시 세계의 역학 구도에서 대한제국은 잘라 내도 아프지 않은 머리카락이나 손톱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기업들은 글로벌 생태계에서 머리나 심장은 아니더라도 두뇌의 메모리 중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는 정도로 역할이 커졌다는 것이 위안이다.

최근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삼성 사장 중 한명은 그 당시 이 회장의 주문에 따라 “1~2차 벤더까지는 준비를 했는데, 3~4차 벤더까지는 아직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3개월 버틸 물량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협력사들에 내렸다고 한다. 일단 3개월을 버티는 것이 우리의 한계일 수 있지만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국호를 고쳐 지금부터 조선이라 칭하고, 조선에 조선총독부를 설치한다. 전 한국 황제를 책봉하여 왕으로 삼고 창덕궁 이왕이라 칭한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 일본 황제 칙령 제318호와 319호다.

다시는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자명하다. 힘이 있어야 협상도 있다. 110번째의 경술국치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파를 버리고, 사업보국을 통한 부국강병의 길만이 살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힘을 모아야 한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사회부장
오동희 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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