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율 개선된 부품사…미흡한 소재분야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전기·전자 업종에서 소재 및 부품 국산화가 중요한 화두가 됐다. 현재는 반도체에 규제가 집중되는 모습이나 상황이 확산될 경우 나머지 부문에서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1년과 비교해 국산화율이 크게 오른 분야는 카메라모듈, 반도체기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등이다.

키움증권은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매출액은 2011년에 비해 3.8배나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5%에서 2018년 28%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기판은 일본의 이비덴(Ibiden)과 신코(Shinko)를 대체해 삼성전기, LG이노텍, 심텍 등이 약진했으며, MLCC는 삼성전기가 무라타(Murata)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품, 소재부족이 발생한 이후 발생한 일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시 IT(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회로기판 칩 고착제로 쓰이는 BT(Bismaleimide-triazine) 수지의 수급 차질이 심각했다"며 "이로 인해 반도체 기판과 스마트폰의 생산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은 일본의 지질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일부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삼성SDI는 에이스디지텍을 인수해 디스플레이 편광필름의 선두업체가 됐고 삼성전기, 비에이치, 대덕전자 등은 일본업체(Nippon Mektron, Fujikura, Sumitomo) 등이 장악했던 연성 PCB 점유율을 크게 올렸다.

부품부문에서는 국산화가 빠르게 이뤄졌으나 소재 부문은 아직 속도가 미흡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다는 이차전지 부문에서도 양극재, 음극재, 동박 등을 제외하곤 아직 일본 의존도가 높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소재 이외의 분야로 확산할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분야는 △이차전지 관련 인조흑연, 전해액 첨가제, 고품질 바인더, 파우치, 동박 제조용 드럼 △스마트폰 부품 중 SAW 필터 등 RF부품 △PCB의 동박적층판(CCL)과 절연성수지(PPG) 등 원재료 등이 꼽힌다.

상장사 가운데는 이와 관련한 부품, 원자재 공급망이 촘촘하게 엮여 있는데 자칫하면 이와 연계된 서플라이체인이 함께 가동중단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국산화 노력이 빠르게 논의되곤 있으나 전반적인 소재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수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