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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방호복 없이 15㎝앞 폐연료봉…독일은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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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어레벤·뮐하임안더루르(독일)=유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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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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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프트, Newclear 시대-⑧]폐연로봉 20톤 보관중인 獨 고어레벤 중간저장시설… '통주철' 카스톨 속에 40년간 안전 보관

[편집자주] 2017년 6월19일 0시. 국내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원자력(Nuclear)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Newclear)로 40년 만에 첫 전환한 순간이다. 눈 앞에 다가온 'Newclear 에너지 시대' 과제를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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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니더작센주 고어레벤에 위치한 중앙집중식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 전경.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모두 저장 중이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지난 5월 27일 찾은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 고어레벤. 사계절 푸른빛을 뽐내는 울창한 침엽수림에 둘러싸인 인구 600명 소도시는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현관에 걸어 놓은 노란색 나무판자를 덧댄 X자 모양 반핵 상징물이 아니었다면 이곳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저장시설과 연관 짓기 어려웠다.

◇숲 한가운데 만들어진 방폐장

시내를 빠져나와 10분여 더 달리자 숲 한가운데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콘크리트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 연방임시저장관리공단(BGZ)이 운영 중인 고어레벤 중간저장시설이었다. 이곳은 독일 각 원전 등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방폐물을 모아 보관하는 중앙집중식 저장시설이다.

안내소에서 20분 간 안전교육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보안검색이 철저했다. 테러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카메라 메모리카드까지 포맷했다. 현장을 안내한 샤를 리비쉬 BGZ 대변인은 “만에 하나 위험 가능성을 막기 위해 출입절차뿐만 아니라 처분시설 안으로 반입되는 자재도 원산지 증명, 시험성적 등을 까다롭게 요구한다”며 “테러 위험 때문에 외국인도 고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상복으로 핵폐기물 접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호복이나 방사선량계 착용 없이 평상복으로 출입이 가능했다. 전용저장용기인 카스톨(castor)이 방사능을 완벽히 차단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장시설 안에는 원통 모양 카스톨이 줄지어 서 있었다. 카스톨 1기에 평균 180㎏의 사용후핵연료가 담겨있다.

독일 니더작센주 고어레벤에 위치한 중앙집중식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모습. 전용저장용기인 카스톨(castor)에 담긴 사용후핵연료는 방사능이 완전히 차단돼 별도의 방호복 없이도 15㎝ 앞까지 접근이 가능했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독일 니더작센주 고어레벤에 위치한 중앙집중식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모습. 전용저장용기인 카스톨(castor)에 담긴 사용후핵연료는 방사능이 완전히 차단돼 별도의 방호복 없이도 15㎝ 앞까지 접근이 가능했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저장 중인 카스톨은 총 113기였다. 당초 420기까지 저장할 계획이었지만 독일 정부가 2005년 사용후핵연료 운반을 금지하고 원전 안에 임시저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추가 반입이 없는 상황이다. 카스톨 색상은 노란색, 파란색, 붉은색으로 서로 달랐는데 기술적 차이는 없다.

리비쉬 대변인의 안내를 받아 카스톨 근처로 다가갔다. 1m 이내로 접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지구에서 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로 분류되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때문이었다. 주저하는 기색을 눈치챈 리비쉬 대변인은 “더 다가가도 괜찮다”며 “카스톨에서 15㎝만 떨어지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카스톨 주변에는 일정 구역마다 정밀센서가 부착돼 있어 방사능 누출 등을 중앙제어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40년 저장 후 인류와 격리

카스톨의 설계수명은 40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독성 방사선 배출량이 처음의 1% 수준으로 낮아져 최종처분에 적합해진다. 사용후핵연료를 최종처분용기에 옮긴 후 지하 500m 아래 심지층최종처분시설에 묻어 인류와 격리한다. 하지만 아직 최종처분시설 부지선정 및 건설이 이뤄지지 않아 중간저장에 머물고 있다. 수명이 다 된 카스톨은 안전성 점검을 거쳐 수명을 연장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새 카스톨로 옮겨 저장하고 있다.

독일은 1977년 동·서독 접경지역인 고어레벤에 위치한 지하 300∼3500m 깊이 소금광산(암염)을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시설 부지로 낙점했다. 하지만 ‘과학적이지 못한 정치적 결단’이라는 이유로 격렬한 반대 운동이 일어났고 2005년 철회됐다. 독일 정부는 2031년까지 최종처분시설 부지를 결정하고 2050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과학적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고어레벤도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뮐하임안더루르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전용처분용기제작업체 GNS 공장 전경. 성능 테스트를 앞둔 처분용기가  줄지어 서 있다./사진=유영호기자 yhryu@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뮐하임안더루르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전용처분용기제작업체 GNS 공장 전경. 성능 테스트를 앞둔 처분용기가 줄지어 서 있다./사진=유영호기자 yhryu@

고어레벤에서 차로 5시간여를 달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뮐하임안더루르에 위치한 방폐물관리전문기업 GNS의 카스톨 제조공장으로 이동했다. 공장 안에는 제작이 끝난 카스톨 100여기가 줄 맞춰 세워져 있었다. 현장을 안내한 마이클 쿠블 GNS 대변인은 “카스톨은 높이가 5.862m, 지름이 2.436m, 무게가 125톤”이라며 “여러 시험 끝에 탄소 함량을 최적화한 주철(cast iron)로 제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철저한 준비로 핵폐기물 관리 성공

눈 앞에서 본 카스톨 표면은 10㎝ 깊이의 ‘ㄷ’자 모양 주름이 반복되는 구조로 만들져 있었다. 공기접촉 면적을 늘려 자연냉각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핵연료 온도는 핵분열시 1000~1100도까지 올라가는데 임시저장을 거쳐 카스톨에 담기면 표면온도가 50~60도로 유지된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뮐하임안더루르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전용처분용기제작업체 GNS 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처분용기 뚜껑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유영호기자 yhryu@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뮐하임안더루르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전용처분용기제작업체 GNS 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처분용기 뚜껑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유영호기자 yhryu@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이음새 없이 통주물 방식으로 제작하고 중성자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폴리에틸렌 소재 제어봉을 용기 중간중간 삽입해 저장 안정성을 높인다. 사용핵연료를 담을 때도 1차 밀봉한 후 헬륨(He)가스를 넣어서 다시 봉한다. 화학적 구조가 안정적인 헬륨이 방사선에 따른 용기 변형이나 방사능 누출을 가능성을 낮춰 보다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다.

독일은 철저한 준비로 사용후핵연료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제도와 기술, 인력, 자금 모두 미흡한 한국과 대비된다. 신희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은 일부 이해관계자가 아닌 국민 모두의 의견을 종합해야 하는 이슈”라며 “5월 출범한 재검토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리절차·방식 등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확보해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르포]방호복 없이 15㎝앞 폐연료봉…독일은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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