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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신약 만드는 과학자, 나무 대신 '잣'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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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영 기자
  • 2019.08.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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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태 피톤치드연구소장·김수남 KIST 천연물연구소 책임연구원

[편집자주] 진통소염제의 대명사 ‘아스피린’,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에서부터 연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한방 화장품 ’설화수‘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을 꼽으라면 이들 원천이 ‘천연물’이라는 점이다. 중의약 연구자인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는 개똥쑥 연구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 2015년 중국 본토인 최초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천연물 신약은 화학물질로 이뤄진 약보다 인체 부작용이 적고, 개발 과정에서 시간·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천연물의 효능·효과에 일찌감치 주목해 관련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의 상품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피톤치드’와 ‘수염가래꽃’을 연구, 이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두 명의 과학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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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태 피톤치드연구소장(동덕여자대 특임교수)/사진=뉴스1

◇피톤치드 독성 연구…신약·건강기능식품 개발 기반 마련=“일반 방향제와 달리 하루종일 향을 맡아도 머리가 안 아파요.” 지난달 24일 방문한 이철태 피톤치드연구소장(동덕여자대 특임교수) 집무실, 접견 테이블 위에는 피톤치드가 담긴 수십종의 실험 용기로 가득했다.

피톤치드는 1930년대 러시아 학자 토킨(Boris P. Tokin) 교수가 처음 발표했다. 희랍어로 식물이라는 뜻의 ‘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cide’가 합해져 생긴 합성어다.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거나 분비하는 천연 항생제라고 할 수 있다. 피톤치드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줘 스트레스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말초 혈관을 자극해 심폐기능도 좋게 한다.

이 소장과 피톤치드의 인연은 1995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국대 대학처장 시절, 러시아 한 대학과 협약을 맺기 위해 갔었는데 니콜라 예프 교수가 병을 하나 주시면서 마시라고 했어요. 이게 뭐냐고 했더니 피톤치드라고 했죠. 이때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최근 ‘잣향기푸른숲’이란 이름의 피톤치드 기반 방향제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 시판했다. 잣나무는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다. 편백 나무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소장은 무분별한 잣나무 벌목을 막기 위해 잣나무 열매 껍질에서 추출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피톤치드를 얻으려면 잣나무, 편백 나무, 구상나무, 소나무 등을 배어 뽑는데 그러면 우리나라 산과 숲이 남아 나겠어요. 그래서 잣을 빼고 남을 껍질에서 피톤치드를 뽑았어요.” 이 교수는 “식물과 인간은 함께 공존한다”며 천연물 연구자는 자연보호에 철학적 기반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현재 피톤치드 독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직 국내에서 이 같은 연구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한다. “편백 나무의 피톤치드를 활용한 산림치유가 유행하면서 각 지자체별로 편백나무를 많이 심고 있는데, 일본은 편백 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편백 나무를 아무 데다 심지 못하게 막고 있어요. 국내 피톤치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 거죠.”

피톤치드 독성 연구 논문이 학회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피톤치드를 통한 신약을 개발할 기반을 갖추게 된다. “피톤치드 향은 우리 몸에서 암세포나 비정상 세포를 파괴하는 선천성 면역세포인 NK세포의 활력을 높여주죠. 1~2기 초기 암환자를 위한 신약으로 개발할 이유가 충분하죠.”

이 소장은 치매 예방 식품 개발에도 관심을 보였다. “산골에 사는 분 중에 치매가 걸렸다는 분 혹시 보셨어요. 치매 유발 인자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로 실험해 보니 피톤치드에 영향을 받으면 이 단백질 배출이 큰폭으로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어요. 곧 피톤치드 음료수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김수남 책임연구원/사진=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김수남 책임연구원/사진=KIST

◇토종 수염가래꽃 기반 아토피 치료제 5년내 상용화=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김수남 책임연구원은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수염가래꽃’(반변련)이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국내 자생종인 수염가래꽃에서 아토피 증상을 완화시키는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어요.”

유소아에서 주로 걸리는 아토피 피부염은 성인이 되면 증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약 10%는 성인이 돼서도 계속적으로 피부염을 앓는다. 시중에 판매 중인 치료제는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 아직까지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김 박사는 아토피 치료제를 찾기 위해 2500종 천연물 소재를 분석, 최종 후보인 수염가래꽃을 발굴했다. “수염가래꽃은 대한민국약전 생약규격집, 본초강목 등의 문헌에서 이미 약으로 사용된 흔적이 있어요. 임상한약 대도감에는 뱀과 도마뱀에 물렸을 때 수염가래꽃을 즙으로 만들어 마시고, 찌꺼기는 상처에 발랐다고 적혀있죠.”

김 박사는 수염가래꽃 추출물로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아토피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수염가래꽃 추출물은 스테로이드만큼의 항염증 효능을 보이면서도 피부 장벽을 얇게 만드는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실험을 위해 연구소 내 심어둔 수염가래꽃을 고라니가 다 먹어도 멀쩡하니 독성 위험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일반적인 독성 검사에서도 기준치 이하의 결과가 나왔어요.”

김 박사는 이르면 5년 내 수염가래꽃 기반의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재 표준화 등을 거쳐 복용하는 약 형태로 곧 만나볼 수 있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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