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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경제전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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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면 본지 대표
  • 2019.08.05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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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에는 국지전이면 몰라도 과거처럼 정상 국가간 전면전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간 전쟁은 물론 하다못해 모든 면에서 비교조차 안 되는 미국과 북한 간에도 전쟁은 일어나기 쉽지 않다. 핵무기가 개발되고 ICT(정보통신기술)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전쟁은 승패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집단자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일이다. 이 시대의 지성 유발 하라리가 지적한 것처럼 “전쟁이 모두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해도 그 어떤 신이나 자연의 법칙도 인간의 어리석음을 막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라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치유하는 한 가지 해법은 겸허함인데 아쉽게도 오늘날 인류는 겸허함을 상실하고 말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민족은 자신들이 인류문화와 역사의 주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와 중국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심지어 멕시코의 아즈텍족까지 모두 그렇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역사에 대한 의도적 무지에다 인종주의, 게다가 정치지도자들의 음흉한 계산까지 더해지면 21세기 첨단의 시대에도 국가 간 전면전은 얼마든지 일어나고 만다.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기만 한 무더위 휴가철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 드디어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국민들의 목숨이 파괴되는 무력전쟁이 아닌 ‘경제전쟁’이라 해서 안도할 수만은 없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반도 병합이나 임진왜란 같은 일이 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인 지금 모습만 바꿔 다시 일어났다.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침탈자 일본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늘 당하기만 한 선조들의 무능을 탓해왔다. 그런데 그 일이 지금 우리 세대에 일어나고 말았다. 몇백 년 뒤 우리 후손들은 2019년 8월에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을 어떻게 말할까.
 
일본이 불화수소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3개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규제에 이어 우리나라를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으로써 사실상 적대국에 준하는 조치를 취한 것을 전쟁으로밖에 볼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쟁과 게임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룰이 있느냐 없느냐다. 또 질 경우 죽느냐 사느냐의 차이다. 전쟁에서는 지면 죽는다. 전쟁에는 룰이 없다.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규제나 수출심사우대국 제외는 경쟁이나 게임이 아니라 전쟁이다. 일본의 두 조치는 명백히 룰을 무시한 것이다. 외교적 사안을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공격하고 보복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기준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위배된다. 이번에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패하면 한국 경제는 죽고 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수소전기차 철강 조선 등 첨단 산업분야의 주도권 경쟁에서 1등 자리를 내주고 내려와야 한다. 1인당 3만달러를 넘어 일본의 80%까지 따라간 국민소득도 주저앉게 될 것이다.
 
법학자 겸 현대사학자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역사상 초강대국이 되는 핵심 조건은 관용성과 다원성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자격미달이다. 일본의 협량함은 아베 신조 총리 등 정치지도자들만이 아니다. 수출규제에 대한 압도적 찬성여론이나 일본 지식인 사회의 혐한 분위기 등이 이를 입증한다.
 
일본의 단합과 치밀함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일 경제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대한민국이 오히려 다원적이고 민주주의 역량이 성숙한 사회임을 확인하게 된다. 최악의 인간들이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혀 있다 해서 겁내지 말자. 우리에게 패배를 안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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