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제한적 '패스트트랙'…일본이 바꾼 환경규제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정부는 수입국 다변화 강력추진과 국내생산 확대를 위한 애로 해소, 핵심기술 조기 확보 등으로 100대 핵심 전략 품목 조기 공급 안정화와 소재부품 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경쟁력 위원회 설치, 특별법 전면 개편과 함께 핵심품목에 대한 대규모 R&D 투자로 7년간 약 7.8조 원+알파의 예산을 증액해 집중투자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2019.8.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5년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은 관련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화확물질을 다루는 업계로선 관련 절차가 까다롭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단호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구미 불산가스 사고 등의 여파로 생긴 화학물질 규제법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자 '일부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가 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 따르면 수급위험 대응물질에 한해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신청 기간이 기존 75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기존 사업장의 영업허가 변경 신청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화관법은 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설치하려면 장외영향평가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기간이 최대 75일 정도 걸렸다. 환경부는 인력을 확충해 신청 기간을 한 달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서류제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도 통합한다. 장외영향평가서는 화학물질을 취급함으로써 사람의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주는 영향 등을 분석한 자료다. 위해관리계획서는 화학사고를 대비한 계획이다.


화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경규제도 일부 완화한다. 새로 개발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물질은 물질정보와 시험계획서를 제출할 때 한시적으로 '조건부 선(先)제조'를 인정한다.

화평법에 따라 화학물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연간 1톤 이상 기존화학물질과 모든 신규물질의 양과 용도 등을 보고해야 한다. 화학물질을 등록할 때는 물질명 등 화학물질의 기초정보와 용도, 시험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수출규제 대응 물질은 한시적으로 최소정보만 제출해도 등록을 면제해준다. 현재 확인절차에만 최대 14일이 걸리는데 앞으로 제출 후 다음날 바로 처리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다.

연간 1톤 미만으로 새롭게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 후 수출규제 대응 물질을 등록할 때는 2년까지 시험자료 제출을 생략한다. 화학물질 공정안전보고서 심사기간은 기존 54일에서 30일 이내에서 단축한다.

정부는 시행규칙과 관련 규정 등을 개정해 환경 규제를 완화한다. 환경부는 여전히 화관법과 화평법의 전면 개정에 부정적이다. 정의당 등 일부 야당도 전면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근간을 유지하되 한시적으로 규제를 푸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