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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미운털' 롯데의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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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 2019.08.0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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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에 너무 오래 살았다고 느껴질 때는? ‘아무 이유 없이 일본이 싫어질 때’란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한일 경제전쟁 속에 문득 수년 전 인터넷에서 봤던 ‘웃픈’ 얘기가 떠올랐다.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독립운동에 버금가는 비장한 결전 의지를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한 외국인 지인에게 물어보니 “살다보면 심정적으로 일본에 우호적이긴 어렵다. 대부분이 (한일관계에) 무관심하지만 설사 일본을 이해하더라도 절대로 티를 낼 필요가 없다는 정서적 공감대가 생긴다”고 했다.
 
평소에도 그런데 요즘 같은 시절에는 오죽할까 싶다. 친일이냐 반일이냐, 부역이냐 항전이냐를 따지는 세상이다. 단결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우리 편이 되지 않으면, 나랑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한다. 누구든 ‘결연한 항일 의지’를 불태울 게 아니라면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다. 정부까지 나서 정면대결을 선택한 이상 다른 대안도 없다. 섣부른 비판, 어설픈 중립에는 역풍이 뒤따른다.
 
개인, 단체뿐 아니라 일본의 경제보복 한가운데 휘말려 있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피해를 입고 있는 곳도, 반격카드가 될 만한 곳들도 모두 숨죽이고 있다. 애매하면 차라리 기술독립이라도 외치며 선봉에 나서는 게 ‘항일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지름길이다. 그중에서도 아예 숨조차 쉬기 어려운 곳은 ‘일본 꼬리표’가 붙어 있는 곳들이다. 일본(계) 기업으로 낙인찍혀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는 곳들은 저마다 일본기업이 아니라고 항변하거나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피력하지만 확산되는 불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롯데그룹은 말 그대로 동네북 신세다. ‘사드 사태’때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한국기업을 대표해 보복을 당했는데, 이번 한일 경제전쟁 속에서는 일본계 기업으로 찍혀 몰매를 맞고 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기업으로 환대를 받았다. 복잡한 국제정세에 휘말려 가는 곳마다 말을 달리할 수도 없고 도대체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그룹 전반의 거버넌스가 다시 회람되고 계열 및 합작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태우고 있다. 롯데는 과거 형제의 난을 전후해 보수적인 이미지, 베일에 싸인 소통부재 문화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던 곳이다. 수년 전 국정감사 출석을 앞둔 신동빈 회장에 대해 엉뚱하게 ‘한국말 실력’까지 거론됐을 정도였다.

하지만 ‘신동빈 체제’로 전열을 재정비한 뒤, 지배구조 개편과 열린 소통경영 등 과거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다양한 노력과 함께 사드보복 피해에 대한 안쓰러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미지 개선이 한창이었다. 위기의 와중에 신 회장이 지난달 사장단회의(VCM)에서 롯데가 나아가야 할 길, 미래전략의 키워드로 ‘공감’을 내세운 배경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신 회장은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롯데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대내외 역학변수에 억지로 맞서지 않는, 국민정서를 억지로 뛰어넘으려 하지 않는 ‘장기적’ 비전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지금은 벙어리 냉가슴이지만 결국 시간이 약이요, 그 출발점과 종착점은 임직원의 ‘공감’,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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