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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한일 덮친 태풍…가미카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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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민 기자
  • 2019.08.0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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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현지시간)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년을 맞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이 일방적으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청구권 협정을 먼저 제대로 지키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상시에도 살얼음같던 한일 관계의 위기감이 최고조로 상승했다. 전 세계 우려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일본은 무역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실제로 북태평양을 통해 남해로는 태풍도 올라오고 있다. 태풍의 눈에 들어선 상황을 보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 광풍을 떠올림직 하다. 바로 신풍(神風), 가미카제다.

일본인들에게 가미카제는 복합적 의미다. 행운이기도 하지만 광기의 산물이기도 한 것. 본래 일본서기에도 등장하는 신풍은 사람의 마음에 깊이 파고드는 수사의 어휘 정도였지만 제국주의 일본을 거치면서 뜻이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 의원외교로 일본을 찾은 역사학자 출신의 강창일 의원과 언론인 권태명씨 등이 내놓은 일본사를 보면 일본은 다른 나라로부터 침공을 받은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단 두차례 예외가 있었는데 13세기인 1274년과 1281년 두차례 원(몽골)-고려-한족 연합군으로부터 침공을 받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제국 원의 군사력 앞에서 일본을 구해준 것은 태풍이었다. 정벌 뒤에 휴식을 위해 배로 돌아간 원-고려 연합군은 일본군이 아닌 폭풍우 앞에 숱한 포로를 남기고 퇴각해야 했다.

몽골 침공역사는 쉬쉬하며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국주의 일본은 1910년부터 이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싣기 시작했다. 태풍에 관한 설명 없이 일본 무사들의 분전으로 몽골군을 퇴치했다고 기술한 것. 하지만 2차대전 중 미국의 참전 이후인 1943년 전황이 일본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국민의 국방의식을 고취한다는 명목으로 폭풍을 ‘신과 관세음보살이 일본을 도운 바람이었다’며 가마카제로 명명했다. 그뒤의 상황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패전의 기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가미카제를 국가와 일왕을 위한 성스런 죽음에 비유하며 전투기 조종사가 항공기로 미국 전함에 몸을 던지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편성한 것.

황성을 베개 삼아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신풍이 불기를 기다리던 군군주의 일본과 현재의 아베 정권이 무엇이 다른가. 아베 정권의 도발은 일본 보수층 집결로 평화헌법 개정안 국민투표 후 ‘전쟁 가능한 정상국가’ 일본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벌써부터 일본 서민들과 기업들은 울상이다. 한국인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일본 소도시들과 한국업체들을 상대하던 일본 기업들 상황도 악화일로다. 일본의 해당 지역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들의 일본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또 당시 독립 축하금으로 현재의 한국 경제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2차대전 패전으로 나락에 떨어졌던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건 한국전쟁과 무관치 않다. 식민지에서 겨우 벗어난 한국이 분단을 겪으면서 최빈국이 된 원죄도 일본이 갖고 있다.

한일 수교 이후 50여년 동안 그 사이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 10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하고, 한일 정상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합의) 등 몇차례의 화해 분위기도 조성됐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전 총리의 결단을 재확인해 한일관계를 진전시키고 싶다”(2018년 10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동남아 국가,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한 아시아 사람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중략) 모든 국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2015년8월, 종전 70주년 아베 총리 담화)

사죄와 각오의 기억을 잊은 지도자들이 이끄는 일본은 어쩌면 신풍(가미카제)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가미카제의 최후는?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 ‘250킬로그램 짜리 폭탄이 날개에 고정된 동체를 둘러보면서 이 비행기가 나를 죽음으로 몰고갈 비행기구나’라는 생각을 한 20대 초반의 꽃다운 조종사들의 증언이 산화한 것(존 톨런드의 ‘일본제국 패망사’(글항아리 펴냄) 중 일부)처럼 말이다. 강창일 의원은 일본사 관련 자신의 저서에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한일 관계를 풀어가는 작업은 동시에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고 밝혔었다. 화약의 심지처럼 변해가는 꼬인 실타래는 언제쯤 풀릴까.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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