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석탄재 수입규제시 시멘트 가격만 오를 것"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조치로 우리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일본산 석탄재 수입규제’가 정작 일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되레 국내 시멘트산업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석탄재를 우리 기업에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동남아 등 유상으로 가져가는 국가들의 수요는 커지고 있어서다.


7일 정부와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일본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배출된 석탄재 수입량은 일본 석탄재 발생량의 10% 수준인 128만톤이다. 수입량의 99%를 시멘트업계가 쓴다.

석탄재는 화력발전소에서 발전을 위해 쓰고 남은 화석연료 잔여물이다. 시멘트업계는 1990년대 이후 환경문제 등으로 점토 채취가 어려워지자 이와 성분이 비슷한 석탄재를 부원료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화력발전소도 석탄재를 매립할 때 발생하는 환경훼손을 우려해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시멘트업계에 공급해왔다.

연간 300만톤 가량의 석탄재가 필요한 국내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기준 186만톤을 국내 화력발전소에서 조달했다. 전량을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는 화력발전소가 레미콘업계에 판매하고 있어서다.

화력발전소가 석탄재를 시멘트업계에 넘기려면 처리비와 물류비로 톤당 2만~2만5000원의 비용을 시멘트업계에 지불해야 하지만 레미콘용으로 정제해 레미콘업계에 판매하면 톤당 3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국내 석탄재의 72%가 레미콘용으로 쓰인다. 반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시멘트 배합비를 유지하기 위해 레미콘업계의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멘트업계는 수요의 40%를 일본에서 조달한다. 수입이 일본을 상대로만 이뤄지는 것은 석탄재가 거리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는 중량물이기 때문이다.

일본 화력발전소는 자국의 시멘트업체에 넘기고 남은 10% 가량의 석탄재를 처리비와 물류비 명목으로 톤당 5만원을 지급하고 한국에 넘긴다. 돈을 주고 한국에 넘기는 이유는 비용절감 효과가 있어서다. 일본에서 석탄재 매립 시 환경부담금 등으로 톤당 20만원이 든다. 반면 국내에서의 매립비용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통상 1만원대다. 시멘트업계에 넘기기보다 매립하는 것이 이득인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석탄재 공급이 부족한 또 다른 이유다.

시멘트업계는 만약 우리 정부가 일본산 석탄재 수입 규제를 강화한다면 일본 화력발전소들이 유상으로 수입하는 미국,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화력발전소들은 최근 미국 시멘트업계와의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수급이 발생하면 안정적인 처리와 물류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서다. 일본 석탄재를 일부 쓰고 있는 태국 등 동남아 국가도 물량 확대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일본에게 한국이 석탄재 수출국으로 매력적이었던 것은 대규모면서 안정적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라며 "한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지면 다른 국가와의 거래를 확대해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석탄재 부족으로 국내 시멘트 생산량이 줄어들면 환경파괴를 감수하면서 점토광산을 개발하거나 대규모 수입이 불가피하다"며 "수입 여건을 따져볼 때 상당량의 시멘트를 일본에서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어서 석탄재 수입 규제가 오히려 일본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석탄재 등 방사능 폐기물 수입관리 강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