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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황성환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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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익태 증권부장
  • 2019.08.0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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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 중반까지만 해도 펀드는 월급쟁이들의 대표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었다. 월급 받아 꼬박꼬박 일정액을 넣으면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스타 펀드 매니저도 적잖았다. 증시 활황을 타고 고객에게 적잖은 수익을 안겨주며 인기를 끌었다. 요즘엔 “누가 공모펀드에 투자하냐”는 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그나마 어떤 펀드에 투자할까 고민할 수 있는 월급쟁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 10년간 퇴직연금 등과 같은 ‘강제 저축’ 말고 순수하게 저축이 늘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아파트를 사느라 부채만 잔뜩 쌓였다. 월급쟁이들의 지갑이 얇아졌다. 전체적으로 투자 여력이 없다. 지난 2분기 말 현재 공모펀드 설정 잔액은 234조6100억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36조원 가량 감소했다. 특히 주식형은 같은 기간 130조 원에서 65조566억원으로 절반이 이탈했다. 고사 직전인 공모펀드의 문제는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횡포에 치를 떤다. 한 종목을 10% 이상 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철폐와 사모펀드로 ‘기울어진 운동장’도 거론한다. 과세체계 개편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의 단골 메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고객은 빠져 있다. 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원금이 반 토막 났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전체 주식형 펀드의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펀드가 20% 손실이 나도 운용사와 판매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고객은 울상인데 수수료로 배를 불린다. 요즘엔 회전율이 높아 수수료 수익이 짭짤한 고위험 단기 투자 상품을 주로 권유한다. 투자자들의 외면은 투자 철학과 원칙의 빈곤, 이에 따른 수익률 저하에서 비롯됐다는 보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공포펀드의 위기는 곧 신뢰의 위기다.

최근 공모 운용사로 전환에 시동을 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모펀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1조8000억 원 가량을 굴리고 있다. 높은 수익을 내니 자산가들이 돈을 싸들고 찾아온다. 최소 가입금액이 수억 원이니 월급쟁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타임폴리오는 조만간 자사의 헤지펀드에 100% 재간접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 신선한 것은 운용보수다. 1bp(0.01%)로 대폭 낮췄다. 보통 펀드 운용보수가 40~50bp 수준이다. 파격적이다. 사모펀드에서 이미 운용보수를 받고 있으니 공모펀드 고객들에게는 사실상 받지 않겠다는 거다. 사모에서 운용을 잘해 이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자기자본도 투자하겠다고 한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자기도 손해를 보겠다는 의미다. 운용사는 책임지고 돈을 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운용사들 대부분 자기자본투자를 하지만 말 그대로 표도 나지 않는다. 타임폴로오는 자기자본이 900억원 가량으로 헤지펀드 중 가장 많다. 자기 돈을 태우니 목숨 걸고 운용할 수밖에 없다. 펀드에 손실이 나도 운용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퇴직연금 시장까지 내다 본 상술’ ‘ 대형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 등 질투와 우려가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황성환 대표가 이끌고 있는 타임폴리오의 시도에 기대가 가는 게 사실이다. ‘상생상락’(相生相樂). 황 대표가 제시하고 있는 기업 이념이다. 회사뿐 아니라 직원, 고객도 즐거워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업계 최초의 종업원 지주회사 전환으로 실현했다.

이번에는 이상적인 공·사모의 전환 모델로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가 눈여겨보고 있다. 황 대표가 공모형 헤지펀드로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는 공모펀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광화문]황성환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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