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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삼각관계·찌질·위선…위대한 작가들의 ‘사랑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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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8.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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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미친 사랑의 서’…작가의 밀애, 책 속의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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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하고 품위 있는 문학계 거장이 설마 이런 말과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 감동의 문학은 지질하고 위험한 사랑 이야기를 밟고 탄생하는 것일까. 여기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러브스토리가 있다. 어쩌면 듣지 않으면 좋았을,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나고 엽기적인, 영화보다 더 실감 난 이야기들이다.

지질하고 위험하고 때론 낯간지러운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곧 문학이 되고, 영화 못지않은 삶으로 채색됐다.

숫총각이던 시인 T.S.엘리엇은 신혼 첫날밤, 월경이 들이닥친 신부의 생리현상에 결벽증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이 부부의 결혼 생활은 말 그대로 ‘황무지’였다. 젊은 아내는 남편 엘리엇의 스승 버트런드 러셀의 품에 안겨 위안을 구했고 ‘침실의 의무’에서 벗어난 데 안도한 엘리엇은 아내의 외도를 눈감아줬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아내 젤다가 “당신은 어떤 여자도 침대에서 만족시켜 줄 수 없는 무능한 남자”라고 자존심을 짓밟자 괴로운 마음에 헤밍웨이를 만난다.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내 사이즈가 문제라고 그러더군요.” 헤밍웨이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며 그를 화장실로 데려가 물건 크기를 가늠한 뒤 이렇게 ‘판결’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젤다가 ‘미친×’이군.”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에겐 50년 연애 기간 무려 2만여 통의 연서를 보내며 그를 극진히 추종하는 여인이 있었다. 위고는 그러나 자신에게 보낸 그녀의 ‘구절’ 대부분을 그대로 베껴 다른 불륜 상대에게 보냈다. 연서를 잘 쓸 것이라는 작가를 향한 막연한 기대는 허상일지 모른다.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21세기 다시 호명되는 ‘작가판 사랑과 전쟁’은 모두 실화다. 예술가의 후광에 가려진 그들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과 정반대다.

때론 사랑에 목숨까지 바치는 열렬한 연인이었던 경우도 있지만, 이따금 대차게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비겁과 배신, 폭력의 화신이 돼 연인과 배우자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기도 했다.

책은 톨스토이, 헤밍웨이, 바이런,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 등 세계문학 거장 101명과 그 연인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다. 읽다 보면, 문호들의 막연한 추문과 '찌라시'처럼 읽힐 것 같지만, 위대한 작품의 결정적 재료와 증거라는 점에서 시선이 간다.

피츠제럴드는 아내 젤다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베끼기까지 하며 ‘위대한 개츠비’를 창조해냈다. 배다른 누이와 잠자리를 하고 이혼당한 바이런은 ‘돈 후안’에 아내를 저격하는 노골적인 시 구절 넣었다.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적인 주자 잭 캐루악, 닐 캐서디 등은 싱글 유무를 가리지 않고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며 그 이야기를 자신의 작품에 녹였다.

위대한 음악가 에릭 클랩튼이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 아내 패티 보이드를 낚아채 ‘원더풀 투나잇’을 만들어낸 이야기는 이 작가들의 삼각관계, 사각관계에 비하면 약과에 불과하다.

무려 55세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커플(아서 밀러), 음담패설의 끝판왕(제임스 조이스), 근친상간(바이런)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 막히게 전개된다.

톨스토이는 ‘위선의 대명사’로 곧잘 수식됐다. 공공연히 비판하던 풍족한 삶을 본인이 계속 누리고 있는 데다, 금욕주의를 설파하면서도 아내를 자꾸 임신시킨다고 일기장에 쏟아놓았다.

이들의 불편하면서도 치졸한 사랑은 그러나 누구에게라도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친 나약한 인간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매달리고 배신하고 복수하고 양다리 걸치고 망신당하면서도 사랑 앞에선 눈물을 흘렸기 때문.

저자는 “작가들은 작품 밖에서 이토록 혀를 내두르게 하는 끔찍하고 몸서리 처지는 사랑을 했다”며 “그들의 몸으로 겪은 사랑과 이별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인간의 밑바닥과 본성을 드러내는 재료가 됐다”고 말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은 21세기인 지금도 유효하다. “후회가 다 무슨 소용인가. 다시 돌아가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고, 삶은 이다지도 끔찍한 것이다.”

◇미친 사랑의 서=섀넌 매케나 슈미트, 조니 렌던 지음. 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펴냄. 416쪽/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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