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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재·부품 자립, 경제 독립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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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민 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 2019.08.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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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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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한국은 일본의 소재·부품 무역에서 매년 150억달러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산업은 핵심 원천기술이 일본보다 열위에 있어 대일 역조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소재·부품산업이 일본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돈을 벌어서 일본에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서 물고기를 잡아오는 가마우지란 새에 비유(고무로 나오키, 1989)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일본과의 소재·부품 무역 적자가 2010년 243억달러를 정점으로 지속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2014년에 164억달러로 크게 줄었고, 최근까지 140억∼160억달러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2001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해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고, 민관협력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켰다. 또 국내 기업들은 생산설비 및 기술개발에 과감한 투자와 동남아, 중동, 남미 등 틈새시장 공략 등을 통해 우리의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시켰다. 마침내 2014년 세계 소재·부품 무역수지가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수출 2760억달러, 수입 1681억달러)을 넘어서고, 2018년 139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 연구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산업이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대일 적자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제3차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소재·부품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소재 산업 집중 육성, 기술개발에 민간·금융자본 투자 촉진, 전자화학소재단지(기능성화학소재클러스트) 조성 등을 추진한 이후 ‘한·일간 소재·부품 산업의 분업관계 변동요인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 논문을 준비했다.

연구의 목적은 1996년부터 2013년까지 한·일간 분업구조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2010∼2014년 적자가 축소된 요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검토해보는 것이었다. 연구를 통해 살펴본 바에 따르면 소재·부품 적자를 축소 시킨 주요한 요인은 기술개발 투자, 외국인 투자, 정부의 정책, 환율변동 등 이었다.

첫째, 기술개발 투자가 분업관계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2001년 관련 지원법을 만들어 민관합동으로 전력을 기울여도 그 효과는 천천히 나타났다. 따라서 소재·부품산업의 육성의 첫 번째 원칙은 장기간 기술개발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특히 부품보다 소재의 개발이 어렵다. 소재의 개발을 위한 재원은 정부와 기업이 합동으로 펀드를 마련해 정부자금은 기술개발 실패의 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품의 개발을 위한 재원은 성공의 가능성이 크고 소재보다 투자 회수 기간이 짧기 때문에 민간자금과 금융자본을 유입하는 방안을 강구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기업은 중소·중견기업과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을 활성화하여 기술개발 상생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투자는 국내 기술개발과 무역역조를 직접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이에 따라 아직 일본과 기술격차가 큰 소재 전반, 정밀화학·정밀기계 부품에 대한 외국인투자 유치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 유치는 KOTRA 중심으로 추진하고, 독일 등 서방국가 투자 유치는 정부가 앞장서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셋째, 소재·부품정책은 중소·중견·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해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의 정책효과가 많은 업종에서 골고루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주장이 작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얼마나 철없는 말장난이었는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넷째, 환율변화는 수출입 단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환율변화가 기술개발 다음으로 영향력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아베 집권 이후 엔저 현상이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필자는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적자가 어느 정도 규모로 얼마 동안 지속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2016년 당시의 추세라면 상당기간 개선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고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소재·부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재·부품 독립이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국내 기업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머지않아 소재·부품산업 독립의 날이 가까워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 중에 가장 성공한 나라이며, 한강의 기적을 통해서 입증한 바와 같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유기전계발광패널, 2차전지 등 일본과의 기술개발 경쟁에서 모두 한국이 이겼다.

소재·부품 자립 없이는 진정한 독립이 아니다. 우리가 계속 가마우지 경제라는 비웃음을 받으며 살 것인가. 떨치고 일어나 소재·부품 산업의 독립을 쟁취하고 진정한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느냐는 앞으로 몇 년이 향방을 가늠할 것이다. 정부, 기업, 연구원들의 소재부품 기술개발의 투혼이 들불처럼 번져나가, 소재·부품 자립이 성취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광복절을 맞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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