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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일본은 성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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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권 경제부장
  • 2019.08.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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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와 일제강제노역피해자회가 강제징용 배상을 요구하며 아베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로마 공화정을 분석한 로마사 논고에서 적을 방어하기 위해 성채를 건설하는 것은 백해무익이라고 했다. 좋은 군대를 갖고 있다면 성채가 없어도 충분히 방어를 할 수 있다. 좋은 군대가 없다면 성채만으로는 방어를 할 수 없다. 성채는 잃기 십상이고, 그로 인해 쉽게 전쟁에 말려든다. 성채가 강해 점령할 수 없다면 그냥 지나쳐 적국 깊숙이 진격해버리기 때문에 이익이 되지 못한다.

성채를 짓지 않았던 스파르타는 아름답고 거대한 성벽을 쌓은 아테네를 무너뜨렸다. 천년을 번영한 로마는 무력으로 지배하고자 했던 도시에서 성채를 헐었고, 다시 짓지 않았다. 성을 쌓는 자는 기필코 망할 것이라는 돌궐 명장 톤유쿠크의 유훈은 칭기즈칸의 대제국 건설의 바탕이 됐다. 만리장성의 높은 벽은 북방 민족으로부터 중원을 보호하지 못했다. 바다와 강, 2중 해자로 둘러싸여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지던 오사카성은 함락됐고, 도요토미 가문은 멸망했다. 프랑스는 총연장 750km에 달하는 마지노라인이 있었지만 우회로를 택한 독일의 기동전에 속수무책이었다. 우리의 역사만 봐도 남한산성에 들어갔던 임금은 자신도, 백성도 지키지 못했다.

일본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한국에 대해 소재·부품을 중심으로 수출 규제에 나섬으로써 성을 쌓고 있다. 하지만 벌써 실패할 조짐을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대체재를 조달하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들은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에 반발해 프랑스의 동맹국들이 영국과 몰래 거래에 나섰던 것처럼, 외국에서 한국기업에 조달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일본이 쌓는 성채가 누구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지 분명하다. 소니와 아이와로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를 듣던 이들에게 마이마이, 아하의 조잡함에 대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삼성과 LG는 세계 최고가 됐다. 조선산업도 일본을 오래 전 앞질렀고, 미래차라 일컬어지는 수소전기차도 현대차의 경쟁력이 더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아직 많은 부분에서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나은 게 있지만 사차원의 벽으로 앞서는 분야는 포르노산업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은 불과 20세기 후반에 세계 무대에 등장했지만 지금은 세계 일류가 돼 있다. 비결은 성을 쌓지 않는 기동전이었다. 방향을 설정하면 거기에 이르는 최단 거리를 찾고,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수단을 택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마하경영’은 칭기즈칸 군대의 속도전의 현대판 변형이다.

칭기즈칸 군대가 ‘속도’를 위해 보급병마저 포기한 것처럼, 우리 기업들은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에 필요하다면, 기술은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빌리는 걸 택했다. 그 결과 반도체의 경우 몽골제국보다 더 넓은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 누군가는 소재·부품 투자를 게을리한 게 지금의 위기를 낳았다고 하지만 기초과학부터 차곡차곡 기반을 쌓고 성벽을 올리는 식의 경영이었다면 이처럼 빠른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성을 쌓는 자와 빠르게 이동하는 자의 대결에서 승자가 누가 될지 답은 뻔하다. 우리 정부가 대응 조치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는데, 일본이 성을 쌓기 때문에 우리도 성을 쌓는 게 정답은 아니다. 우리의 제품이 필요한 일본 기업들도 우리가 그러하듯이 대체재를 찾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와 경쟁하는 국가들만 이롭게 할 뿐이다. 성을 쌓는 것은 우리의 방식이 아니다. 그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투자와 시장 개척을 위한 빠른 의사결정에 나설 수 있게 돕는 일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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