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공항서 경찰-시위대 충돌…총 겨눴지만 발포는 없어(종합)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13일(현지시간) 홍콩 국제공항에서 경찰과 시위대 충돌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홍콩 국제공항에서 2일째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으며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과 시위대가 13일(현지시간) 저녁 충돌했다. 홍콩 경찰이 총기도 뽑아들었지만 발포는 없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가 공항에서 이틀째 계속된 가운데 수천명의 검은 옷을 입은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현수막을 흔들며 공항 터미널을 가득 메웠다.


시위대에게 붙잡혀 있던 부상자가 의료진들에 의해 구출된 직후 충돌이 발생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부상자가 중국 본토 경찰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경찰 차량들은 시위대에 의해 차단됐고 진압 경찰이 후추 스프레이를 분사하며 일부 시위대를 밀고 공항으로 진입했다. 이때 한 경관이 총을 꺼내들었다.

시위대는 또 공항 내 일부 통로에 화물 카트, 금속장벽, 여타 물품들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2명의 시위자가 경찰에 연행됐다.


상황이 심각한 폭력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지만, 경찰이 더 이상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 긴장은 다소 누그러졌다.

13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의 푸궈하오 기자가 시위대에 붙잡혀 있다. © 로이터=뉴스1

이날 충돌 사태는 전날 전례 없는 공항 폐쇄에 이은 것. 홍콩 공항당국은 "운항이 심각하게 방해를 받았다"며 "승객들이 출발 승강장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약 두 달 전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반대에서 시작한 홍콩 시위는 주말을 거쳐 지난 5일에는 50만명이 참여한 총파업으로 이어졌고 시위도 한층 격렬해졌다. 11주째다.

홍콩 시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홍콩 국경으로 중국 인민군 병력이 이동하고 조만간 병력이 투입돼 시위대를 진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관영매체들은 홍콩 시위대를 '조직폭력배'라고 깎아내리고 홍콩 인근에 장갑차 수십대가 집결한 영상을 공개하며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조만간 홍콩 시내에 무장경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홍콩과의 국경으로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 홍콩에서 시위대와 당국 모두 진정할 것을 촉구했다.

13일(현지시간) 홍콩의 시위 진압 경찰이 국제공항에 진입해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 뉴스1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미셸 바첼레트 유엔 인권위원장의 홍콩에 대한 언급을 "잘못된 성명"이라고 부인했다.

중국은 바첼레트 위원장의 발언은 국내 문제에 대한 간섭에 해당하며 "폭력범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바첼레트 위원장은 홍콩이 국제법에 의해 금지된 방법으로 시위자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하는 것에 대한 증거를 조사하고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시민과 시위대에 침착하고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시위대는 그의 사임을 원하지만 그는 사임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홍콩의 이번 시위는 지난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홍콩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테러방지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항공편은 14일 오전 이륙할 예정이며, 일부 관광객들은 여전히 출국장과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다. 일부 승객들은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자 항공기 지연에 대해 시위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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