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넘어 사회적 가치까지"…美 대기업 CEO들이 바뀐다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회장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미국 주요 기업인 181명이 이윤 극대화를 넘어 직원·고객·지역 커뮤니티를 포함한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주주와 회사 이익 창출이 최고의 목적으로 여겨지는 '자본주의의 선두주자' 미 기업인들의 선언이라 눈길을 끈다.

1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이날 '기업의 목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개별 기업들은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게 기본적인 약속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며 "우리는 회사와 지역사회, 국가의 미래 성공을 위해 이들 모두에게 가치를 전달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주주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오래된 관념에서 벗어나 직원들에 투자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며 윤리적으로 거래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것이 현재 미국 기업의 우선 목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성명서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브라이언 모이니한, 보잉의 데니스 뮬렌버그, GM의 메리 배라 등 181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명했다.


바바라 다이어 매사추세츠 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전까지는 주주우선주의가 일반적으로 기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번 BRT 성명은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고 이들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기업들의 관점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경제적 불평등과 독·과점 등 불공정한 기업 관행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기업의 양심이 미국 정·재계의 최우선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을 비롯한 진보성향 정치인들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기본생활임금을 지급하는 등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주요 기술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반(反)독점 조사 결정은 경쟁이 불공정하다는 시장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겸 BRT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미국의 꿈)은 아직 살아있지만 닳아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은 직원과 지역사회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현대 원칙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경제를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는 재계의 변함없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로렌스 핑크 자산운용회사 블랙록 CEO는 올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기업의 목표는 단순한 이익 추구가 아니라 이를 달성하는 동력"이라며 "분열이 심화될수록 기업들은 전 세계 미래 번영을 위한 주요 문제들과 관련해 국가와 지역, 사회에 대한 헌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었다.

CNN은 "기술이 발전하고 실업률도 낮아 (여유가 생긴) 기업들은 주주보다 사회적 변화에 더 많이 반응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많은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 노력해왔다"며 "이런 목표는 사회에도 기여하지만 천연자원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원자재 가격 상승을 지연시켜 기업 이익을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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