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이 경제 위기로…빚 시한폭탄 안은 이탈리아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AFPBBNews=뉴스1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하면서 연립정부가 14개월만에 사실상 붕괴됐다. 이로인해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이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BC 등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사임을 수락하면서 포퓰리즘 연정이 14개월만,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오성운동과의 결별을 선언한지 12일만에 붕괴됐다.

콘테 총리는 고별 연설의 대부분을 살비니 부총리를 비난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살비니 부총리가 높아지는 인기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과 동맹당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불안정 위기에 몰아넣은 무책임한 정치인"이라고도 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제 각 당 대표를 만나 새로운 연정을 타진한다. 여의치 않으면 조기 총선을 열 가능성도 있다.

NYT는 "이탈리아의 혼란이 위기로 번졌다"면서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될 유럽연합(EU)과의 2020년 예산안 협상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오는 10월중순까지가 시한인데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시기가 겹쳐 예산안 협상은 내년까지 밀릴 수 있다.

게다가 긴축재정을 반대하고 막대한 감세 정책을 통한 경제 부흥을 주장하는 살비니 부총리가 집권할 경우 이탈리아가 EU와 또 전면전을 펼칠 수 있다. 지난해에도 양측간 예산안 갈등으로 이탈리아 국채시장은 요동쳤다.

CNBC는 향후 이탈리아의 막대한 부채 규모가 더욱 늘어나 금융시장을 짓누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탈리아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2%인 2조3600억유로에 달해, EU 권고치인 60%의 두배를 상회한다. 이탈리아는 지난 6월 기준 부채규모가 2조3862억유로로 한달새 15억유로나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부채규모가 GDP대비 135%를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탈리아는 수년째 EU 권고치를 훌쩍 넘는 부채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EU 경제의 '뇌관'으로 자주 오르내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 경제규모 3위이자 부채 2위국인 이탈리아가 더 큰 빚더미로 흔들리면 유럽 경제 전반도 같이 휘청일 수 밖에 없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