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의없이 대표가 회사 회생신청…대법 "손해 배상해야"

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면 권한 밖의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주식회사 D기업 대표를 지낸 이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퇴직금 절반 중 회사 손해액을 제한 금액을 뺀 나머지를 회사가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민사집행법상 퇴직금 절반은 압류가 금지된 채권이라,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만 이씨의 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다.

재판부는 "주식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대표이사 업무권한인 일상업무에 속하지 않은 중요한 업무"라며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대표의 일상업무에 속하지 않은 중요한 업무"라며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 하 이씨는 D사에 대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체 D사에서 상무와 대표를 지내고 2016년 10월 해임된 이씨는 회사가 이후 1년여가 지나도 퇴직금을 주지 않자 임원 퇴직금 1억9838만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D사는 이에 그해 8월 이씨가 법령과 정관을 어기고 이사회 결의없이 법원에 회사 회생절차를 신청해 입은 손해를 퇴직금에서 제해야 한다고 맞섰다.

D사는 회생절차 신청으로 공동주택 사업참여가 무산돼 23억원 상당, 신축공사를 수주할 수 없게 돼 96억원 상당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회사 회생절차 개시신청은 이사회 결의사항"이라고 이씨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다만 이씨의 배상책임은 압류가 금지되지 않는 퇴직금 2분의1에 대해서만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씨 퇴직금을 1억9838만여원으로 인정해 회사가 이 중 절반을 제한 9919만여원만 지급하라고 했고, 2심은 퇴직금 절반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물어 9915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