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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한번도 안 일어났던 사건" 독일 국채 금리 DLS 손실은 '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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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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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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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독일 국채 DLS 투자는 외가격 풋옵션 매도…초고위험·저수익 상품으로 판명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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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영국 금리에 연계된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 논란이 뜨겁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회사가 판매한 해당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 이중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이 약 90%에 달한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계한 DLS는 원금 전액이 손실 날 가능성이 높다. 판매잔액이 1266억원인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4.2%의 수익이 보장되지만, -0.7% 이하로 금리가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날리는 구조로 돼 있다.

독일 국채 금리 DLS가 문제가 된 이유 중 하나는 DLS(Derivatives Linked Securities: 파생결합증권)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DLS는 기초자산이 주가지수인 ELS(Equity Linked Securities)보다 변동성이 더 크다. 그만큼 더 위험하다.

◇외가격 풋옵션을 매도한 투자자들
독일 국채 금리 DLS 투자의 기본적인 성격은 풋옵션(Put Option) 매도다. 상품 판매 당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행사기준 가격인 -0.2% 보다 높았기 때문에 외가격 풋옵션이며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기 때문에 옵션 프리미엄(=옵션 가격)도 적었다.

해당 DLS 투자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받고 풋옵션을 매도한 것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밑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DLS 투자자는 옵션 프리미엄으로 받은 4.2%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풋옵션 매수는 만에 하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밑으로 내려갈 위험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여기서 옵션 프리미엄은 보험료에 해당된다. 마치 교통사고에 대비해 자동차보험을 드는 것과 유사하다. 보험가입기간 동안 교통사고가 나지 않으면 지불한 보험료는 돌려받지 못한다. 옵션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한 쪽이 손실을 보면 다른 한 쪽이 그만큼 이익을 본다. 그래서 매수자와 매도자의 이익과 손실을 더하면 제로다.

그런데 만약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인 녹인배리어(손실가능구간)를 하회하면, DLS 투자자는 -0.2%보다 낮은 하회폭에 손실배수(약 200배)를 곱한 비율로 원금 손실을 입게 된다. 나아가 -0.7%마저 하회하면 원금 100%를 잃게 된다. 0.5%에다가 200을 곱하면 100%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풋옵션 매수자는 그 손실과 동일한 금액만큼 이익을 얻게 된다. 여기서 독일 국채 금리 DLS·DLF를 판매한 금융회사가 가져가는 중개수수료는 1~2% 정도다.

◇수익 4.2% VS 원금 100% 손실 위험
그런데 손실배수가 200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이유는 뭘까. DLS를 판매할 당시만 해도 독일 국채 금리의 하락 가능성을 극히 낮게 봤기 때문이다. 역사상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를 하향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적어도 올해 5월31일 전까지는 말이다.

인터넷에 돌아 다니는 어느 은행의 독일 국채 금리 파생결합상품 관련 내부 자료를 보면, 2000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백테스팅 했을 때도 이 상품의 만기상환 확률은 100%, 원금손실 확률은 0%였다. 문제는 과거 데이터가 미래의 추세를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베스트셀러 저서인 ‘블랙 스완’(Black Swan)의 저자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Nassim Taleb)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수 천년 동안 수 백만 마리의 하얀 백조만 보며 검은 백조(블랙 스완)가 존재할 확률이 0%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8세기 호주 대륙에서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검은 백조가 존재하는 확률은 100%로 상승했다.

독일 국채 금리 DLS도 마찬가지다. 1981년만 해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11%가 넘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이 진행되면서 독일 국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까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밑으로 하락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후에도 -0.2% 밑으로 하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생각해서 만든 독일 국채 금리 DLS 상품은 초고위험·저수익 상품으로 판명되고 말았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의 잘못은 고위험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중위험 상품으로 잘못 판단하고 투자자에게 판매한 점이다. 결국 판매기관은 수수료 1~2%를 벌고 국내 투자자의 자본을 해외에 있는 거래 상대방에게 이전하는 역할을 한 꼴이 됐다.

그럼 투자자의 잘못은 없는 걸까. 투자할 때 사인했던 서류에는 리스크에 대한 설명이 잔뜩 상세히 적혀 있었겠지만 DLS의 복잡한 상품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재무학을 깊이 공부한 사람도 잘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잘 이해할 수 없는 투자는 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

◇투자자가 반드시 유의할 점 3가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투자자가 반드시 유의할 점 3가지를 살펴 보자.

첫째, 복잡한 금융상품이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높은 수수료만 보장한다. 독일 국채 금리 DLS는 선취수수료만 1%다.

둘째, 모르는 상품은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꼭 투자를 하고 싶다면, 판매회사 직원 말만 듣지 말고 마치 자동차를 구입할 때처럼 직접 알아보고 투자해야 한다.

셋째, 절대 공짜 수익은 없다는 점이다. 원금보장도 되고 수익률도 높은 상품은 없다. 모든 수익에는 상응하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8월 21일 (18:04)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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