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R&D 화학물질 사전 확인에 최대 '14일'…개선돼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사진=뉴스1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주요 업종별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으로 마련한 '화학물질 규제 개선 건의과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총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석유 △화학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업종별 협회 및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화학물질 규제 개선 건의과제 27건을 선별했다. 해당 내용은 △기획재정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제출됐다.


경총은 "그동안 우리나라 화학물질 규제 법률인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이 선진국보다 과도한 수준으로 강화됐다"며 "이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 2일 일본의 수출규제가 확정돼 양국 간 무역 거래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라며 "지금은 일본 수출규제로 확인된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해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쟁력의 고도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므로 화학물질 등록·평가·관리의 규제 개선이 적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 분야 등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국산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이 제출한 27건의 과제는 △연구개발을 저해하는 규제의 개선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의 완화 △중복 또는 유사제도의 통합 △불투명·불합리 기준 개선 △기타 획일적인 법 기준 적용 문제 △제도 이행 관련 애로사항 등의 주제로 담겼다.

구체적인 제안 중 하나로 R&D용 화학물질에 대한 사전규제를 해소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한국 기업이 R&D용으로 화학물질을 사용하려는 경우 사전에 정부(환경공단)로부터 확인(최소 5일~최대 14일 소요)을 받아야 한다. 근무일 기준 평균 7일 정도 소요된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시험 연구 목적의 물질에 대해선 별도의 서류 제출이나 확인 절차 없이 신고가 면제된다. 이에 우리나라도 R&D용 물질에 대해서는 등록면제확인 제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경총은 요청했다.

일본·유럽(EU)·미국 등보다 강한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 완화도 건의됐다. 한국의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은 연간 100kg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은 연간 1톤, 미국은 연간 10톤 이상인 경우에 정부에 등록을 한다.

이에 경총은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연간 제조·수입량 1톤 이상으로 상향하거나 100kg 이상에서 1톤 미만인 경우 간이 등록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각 법률에 정해진 제도가 중복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화학물질 사고 예방을 위한 보고서 작성·심사 제도가 각 법률마다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화관법에선 장외영향평가서·위해관리계획서가, 산안법에선 공정안전보고서, 고압가스법에선 안전성향상계획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경총은 "각 제도가 화학물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보고서의 내용도 유사하다"며 "이를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돼아 한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가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건의과제가 면밀히 검토돼 국회·정부의 입법과 정책에 적극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