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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이마트 쇼크와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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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정렬 산업2부장
  • 2019.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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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쫓기는 사람처럼 시계바늘을 보면서….” 신해철이 불렀던 ‘도시인’의 노랫말이다. 디지털시대에 맞춰 가사를 변조하면 이렇다. “아침엔 지메일(구글), 점심엔 페이스북, 쫓기는 사람처럼 아이폰을 보면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이들 4개 IT(정보기술) 기업이 없는 일상생활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스콧 갤러웨이 미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더 포’(The Four)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는 2년 전 인터뷰에서 이들 중 최고 기업으로 아마존을 꼽았다.

“‘세상에서 제일 큰 상점’ 등 유별난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에 대한 끊임없는 진보를 만드는 제프 베이조스의 능력은 경쟁사가 1개의 혁신을 추진할 때 아마존은 10개의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마존은 서적을 시작으로 전자제품, 의류, 의약품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최상위 포식자로 성장했다. 아마존의 신규시장 진출은 그 분야 기업들엔 공포를 넘어 사형선고였다. 이른바 ‘아마존 이펙트’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시어스 백화점, 토이저러스, 바니스 뉴욕 등 내로라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내 유통시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주 ‘이마트 어닝쇼크’가 유통가를 덮쳤다. 이마트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후 첫 적자다. 사실 온라인 쇼핑 확산에 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오래전부터 부진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적자전환은 ‘마지노선’도 무너졌다는 충격을 던졌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갔지만, 유통산업발전법 등 규제는 내수부진과 경쟁심화에 신음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손발마저 꽁꽁 묶고 있어서다. 신규 출점은 막혔고,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에 기존 매장의 영업도 타격이 심하다.

더 나아가 규제는 새벽배송 등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도 가로막고 있다. 예컨대 이마트는 전국에 멀쩡한 매장들을 놓아두고 경기 김포에 있는 온라인 물류센터를 통해 새벽배송을 한다.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 12시부터 다음날 10시까지 문을 닫아야 해서다.

반면에 온라인 업체들은 아무 제약 없이 덩치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쿠팡의 올해 매출은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우연치곤 얄궂게도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외국계 자본이 주도한다. 역차별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현실에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거창한 구호와 명분은 여전히 강력하다. 유통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연구결과에도 흔들림이 없다. 사실 유통규제의 실효성 여부는 주변 사람 몇 명만 붙잡고 물어봐도 알 수 있다. 정책입안자들 스스로 ‘과연 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가는가’라고 자문해보면 답이 바로 나온다.
[송정렬의 Echo]이마트 쇼크와 기울어진 운동장

호시절 대형 유통업체들에 상생을 앞세운 규제는 양보의 문제였다. 그때는 그 정도를 감당할 여력이 됐다. 하지만 규제에 규제가 덧칠되면서 국내 유통시장은 어느덧 대형 유통사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그로기에 몰린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 규제는 이제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이대로라면 고사의 길, 외통수뿐이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선 결코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나설 추동력을 얻을 수 없다. 당장 몇 년 내 국내 유통사들이 시어스나 바니스 뉴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아마존처럼 10개는 몰라도 1개의 혁신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이제라도 규제의 사슬을 과감히 풀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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