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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는 ‘문명의 충돌’ 아닌, ‘석유’로 인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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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8.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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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석유가 결정한 국제정치·세계경제의 33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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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보통 휘발유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소비량의 상당 부분이 운송 수단의 연료로 사용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운송용 석유는 고작 32.6%이고 절반이 넘는 52.8%는 플라스틱, 고무, 화학섬유 등에 쓰인다.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 일상이 멈춘다.

석유가 결국 현대인의 경제 행위를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언뜻 보면 석유는 경제라는 단순한 등식 논리로 끝날 것 같지만, 세계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에 그것의 역할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다.

적국이던 독일과 프랑스가 화해해 유럽연합을 설립하고, 9.11테러가 발생한 역사적 배경에는 모두 석유가 있었다.

저자는 “현대사에서 석유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고 석유의 변화가 세계의 변화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1956년 이집트 대통령 가말 압델 나세르는 아스완댐 건설 자금 마련을 위해 영국과 프랑스 소유였던 수에즈 운하를 일방적으로 국유화한다. 당시 매일 130만 배럴의 석유가 이곳을 통과했는데, 이는 유럽 수요의 절반 이상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집트와 갈등 관계였던 이스라엘을 끌어들여 수에즈 운하를 점령하는 ‘2차 중동전쟁’을 일으킨다. 결국 미국이 나서 석유 공급 계획의 주도적 역할을 한 중동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중지하며 “스스로 해결”을 내세우자, 영국과 프랑스는 군대를 철수한다.

수에즈 위기 이후 프랑스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아님을 인식하고 새로운 외교 전략을 수립했는데, 그것이 독일과 화해를 통한, 훗날 유럽연합의 전신인 독불 화해 협력 조약이었다.

금태환(일정한 비율로 달러와 금을 교환해주는 제도)으로 국제 통화 지위를 얻은 달러는 1971년 닉슨 미 대통령이 금태환 포기를 선언하며 지위가 크게 흔들렸다. 서유럽과 일본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늘어났고 서유럽 경제 복구를 위한 마셜 플랜과 베트남전 수행에 막대한 달러 지출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때 달러를 구제해 준 흑기사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닉슨은 사우디에 석유의 결제 통화로 달러를 써 줄 것을 부탁했고 사우디는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할 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국들에 달러 사용을 유도했다. 석유는 금보다 거래량이 많은 보편적 가치가 있는 자원이었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은 미국 9.11테러를 이해하는 열쇠로 각광받았다. 서구 문명이 세계화를 통해 전 세계로 보급돼 이슬람 문명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비극으로 보는 시각이 그것.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는 “근본적인 출발점은 팔레스타인 문제였고 그 이후로 진행된 석유로 인한 갈등과 분쟁, 부패와 빈곤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영국은 이란에 진출해 석유 회사를 세워 막대한 이익을 누리면서도 ‘밸푸어 선언’으로 이스라엘의 건국을 주도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분쟁의 씨앗을 뿌렸다. 이란은 이후 석유 국유화→권력 이동→산업화→양극화 단계를 거쳤고 이를 통해 강한 반미 이슬람 원리주의가 싹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미국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지키기 위해 중동 지역에 미군을 주둔시켜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향한 성전을 결심하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의 대외 정책이 공격적 양상을 띠는 것도 석유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이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소위 ‘셰일 혁명’을 통한 셰일 오일 시추 기술이 상용화한 것이다. 셰일 오일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해 2018년 미국은 하루 1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했다.

미국은 그간 중동 석유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그 지역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뒀지만, 셰일 혁명으로 자급은 물론, 수출까지 가능해지면서 중동에 대한 절박함을 줄일 수 있었다. 세계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 우호국과 적대국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통적인 ‘역외 균형 전략’으로도 충분해진 것이다.

트럼프가 자국의 이익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게 된 배경도 셰일 혁명으로 가지게 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저자는 “신재생에너지 등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금이 석유의 시대라는 명백한 사실을 보지 못한다면 시대를 잘못 읽는 것”이라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경우 산유국과의 상호의존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최지웅 지음. 부키 펴냄. 312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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