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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배타적 민족주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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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9.08.2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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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신영증권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가 가고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세계화의 쇠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10년간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은 연평균 6.6% 증가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는 반세계화 시대의 상징이다.

보호무역은 상호 파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공격을 받는 국가도 피해를 보지만, 공격하는 국가도 경제적 비효율 초래에 따른 코스트 상승이라는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 리카도가 말한 비교우위의 논리는 교역 상대방 모두의 후생을 높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이라는 유령이 출몰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내부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21세기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단어는 양극화다. 국가를 막론하고 계층 간 양극화는 물론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 노동자들과 트럼프에 표를 준 미국 러스트 벨트 주민들의 멘털리티는 비슷할 것이다. 영국을 예로 들면 실물경제를 상징하는 산업생산은 아직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주가는 진작에 이를 넘어섰고, 주택가격은 훨씬 더 가파르게 올랐다. 격차 해소를 위해 신뢰할만한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한국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역시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지만 의도의 순수함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결과가 좋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나라나 해결되지 않는 비슷한 내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은폐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적이 필요하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일본의 아베, 영국의 존슨, 러시아의 푸틴 등 군위주의적 각국의 스트롱맨들은 외부의 적을 만듦으로써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민족이라는 개념과 완전히 분리된 100% 세계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공허하지만, 극단적 자국이기주의를 앞세운 요즘과 같은 민족주의 코드는 퇴행이다. 자본주의를 만들었던 기본 원리인 '비교우위에 근간한 교역'을 훼손하는 과도한 민족주의는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주는 자기 파괴적 행위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과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취소,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중국의 포치(위안/달러 7위안 상회) 용인 등의 모습은 국가 간 갈등이 이미 자기 파괴적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금 가격을 보면서도 역사의 퇴행을 느낀다. 금은 배당이 나오는 자산도 아니고, 성장을 반영하는 자산도 아니다. 또한 과거 인류의 화폐 제도가 금에 묶여 있던 시절 금에 대한 과도한 권위 부여는 인류의 삶을 억압하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금본위제에 대한 국제적 집착은 전쟁을 불러오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금 가격 상승은 민족주의라는 퇴행적 이데올로기가 부각되는 최근의 시대상과 잘 조응한다.

분업과 교역, 혁신이라는 자본주의의 교범은 절대적 파이를 늘리는 데는 기여했지만, 불평등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반동적 대응이 배타적인 민족주의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소재 국산화에 대한 열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모두가 자립경제로 가는 세상이 한국에 좋은 세상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 비교우위의 원칙이 관철됐던 세계화 시대의 최대 수혜 국가였기 때문이다. 배타적 민족주의의 대두는 세계화 시대의 모범 국가였던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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