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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스펙사회'로 누가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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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19.08.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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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대학입시·직장취업을 위해 자녀의 스펙 쌓기를 지원해온 부모세대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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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한영외고-고려대 생명과학대학-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스펙에 대해 ‘금수저’ 논란이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금수저 코스를 만들어 놓은 사람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교육자율주의자와 기득권 세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야합으로 수시전형(수시)과 학생부종합평가(학종)라는 괴물을 만들어 놓고 갖가지 입시전형으로 학부모들을 괴롭혀왔다.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교육기관의 권한을 늘리고 또 다른 획일화를 강요했다. 그럴수록 교육 수용자의 고통은 커졌다.

2020학년도 수시 모집인원은 27만명 가량으로 전체 대학 모집 인원(약 35만명)의 77%에 해당한다. 정시로 대학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어려운 일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각종 학원에서는 학생생활기록부를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 학교대회활동 등 분야별로 전문 컨설턴트가 관리해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봉사하고 책을 읽는 것이 교육이 아닌 입시 일환으로 여겨지는 교육정상화와 자율화의 삐뚤어진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방법도 수백 가지에 달해 학부형이 직접 나서서 대학입시 전형을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여유가 없는 부모들은 시간과 돈을 쪼개기가 어렵다. 결국 수시와 학종은 마음대로 시간과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고소득층을 위한 맞춤 전형인 셈이다.

학부형 A씨는 본인이 “대학입시 전형을 컨설팅 받기 위해 200만~300만원의 돈을 들였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그의 자녀들은 명문대에 합격했다.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긴 했지만 부모의 노력 없이 이같은 결과를 이뤄냈을지는 의문이다.

이는 대학입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도 직장을 들어가기 위한 스펙 쌓기는 새롭게 시작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경기회복이 빠르게 이어져 취업난이 개선되던 중 2008년 하반기 터진 금융위기로 대기업들은 신입과 경력직을 줄이고 전문계약직이나 임시직 채용을 늘렸다. 채용 위축 현상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대기업, 공기업 등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미 들어온 대학을 바꿀 수는 없고 영어는 토익 900점을 넘어야 원서라도 내볼만 하다.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4.0점대의 지원자가 많아서 특이한 경력도 못되는 실정이다. 결국 인턴경험이 차별화된 중요 스펙으로 자리 잡았다. 인턴이 필수코스가 돼버리면서 대학교를 4년에 마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기업들은 이력서에 가족란, 사진 등을 없앴지만 인턴 경력은 여전히 요구하고 있고 실제 중요한 가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턴을 하기 위해 다른 인턴 경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지인의 소개나 부탁을 받아 인턴을 받아주기도 했다. 인턴 자체를 장래 직업을 찾기 위한 사전 경험 정도로 여기다보니 부탁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큰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인턴이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 잡으면서 아예 정식 공고를 통해 뽑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내 금융투자업 대표이사 B씨는 “인턴 월급이 많거나 기간이 길지도 않은데 여기저기 들어온 부탁으로 세간의 오해를 살 수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아예 게시판에 공고를 하고 정식 입사 전형처럼 채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동안 과외활동과 인턴경험이 스펙을 쌓기 위한 필수코스로 여겨져 그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너무나 당연했고 부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녀의 스펙 쌓기를 지지하거나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현행 제도 하에서 어떤 부모든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웠다고 말하는 건 위선이다.

스펙사회가 출발선을 차별하고 계층이동을 막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았다면 과감히 수시와 학종을 없애고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이력서에 인턴 경력란을 지워 부모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금수저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다가도 막상 수시와 학종을 개선하거나 인턴 경력을 보지 말자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선다. 수시와 학종을 없애자고 주장한 사람들도 또 다른 서열화인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반대하는 등 자신들의 이권에 따라 움직이기 일쑤다.

과연 앞으로도 수시, 학종, 인턴 제도가 개선되거나 폐지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기득권과 교육계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에게는 입시와 취업을 위한 나만의 비상구로 그만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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