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결정… 줄소송·풋옵션 예고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논란'으로 상장폐지 결정을 앞둔 2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생명과학 본사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금일 오후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한다. 이날 심사에서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코오롱티슈진 (10,780원 ▼280 -2.53%)이 증시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몰렸다. 상장폐지 통보로 주주들의 줄소송과 함께 코오롱티슈진에 2700만달러(약 329억원)를 대출 또는 출자한 수출입은행(수은)의 자금 회수 가능성도 높아졌다.


26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2017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지 1년 9개월 만이다.

기심위 결정으로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만약 여기서도 같은 결론이 나오고 회사가 이의신청을 하면 심의가 한 차례 더 열린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개선 기간이 부여되느냐에 따라 최종 상장폐지 결정까지 시간도 결정된다.

시가총액 4896억원이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몰리면서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한 주주들의 추가 소송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미 2000여 명이 넘는 주주들로부터 7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상태다. 이 중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회사 자기자본의 5%가 넘는 건은 3건으로, 이들 규모는 532억원이다.

티슈진에 2700만달러를 대출 또는 출자한 수은 풋옵션도 문제다. 수은은 코오롱티슈진에 1700만달러(약 207억원)를 대출, 1000만달러(약 122억원)를 지분투자 형식으로 지원했다.


수은은 2016년 코오롱티슈진 미국 임상 자금을 위해 주당 발행가액 85달러(약 10만원), 총 11만7647주(지분율 1.1%)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했다. 코오롱생명과학 (21,800원 ▼400 -1.80%)과는 이에 대한 풋옵션 계약도 체결했다. 풋옵션 행사가액은 투자원금에 연 복리 4.5%를 적용한 금액으로, 수은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코오롱생명과학이 매수해야 한다.

풋옵션은 2020년 2분기 내 인보사가 미국 품목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와 2022년 2분기 내 IPO(기업공개)를 하지 않을 경우 행사된다는 조건이 달렸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아직 최종적으로 상장폐지 결정이 나온 게 아니어서 수은의 풋옵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며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행정소송도 남아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은 남은 과정에서 인보사의 가치를 내세워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설득하고, 미국 임상 3상 재개에 집중할 계획이다. FDA가 임상 재개를 승인하면 최소한 약의 안전성과 개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입증된 것으로 간주될 여지가 생긴다.

회사는 이달 안에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임상 재개를 위한 자료를 모두 제출할 예정이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 임상 비용은 코스닥 상장 당시 공모자금을 통해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은 1999년 미국 메릴랜드주을 거점으로 설립됐다. 코오롱그룹은 인보사 개발에 2000억여원을 쏟아 부었다. 2017년 7월, 세계 최초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얻었다.

미국 임상 3상 개시와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했지만 인보사의 염기서열 반복검사(STR)를 진행한 과정에서 2액 세포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미국 임상 3상은 중단되고 국내에서 허가도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