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8년 만에 '무파업'…배경엔 한·일 경제전쟁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하면서 노동조합원 파업 없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가 한발 양보한 배경에는 지난달부터 진행된 일본의 경제도발이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현대차 (241,000원 ▼500 -0.21%)에 따르면 노사는 전날 임금 4만원 인상(기본급 대비 1.74%, 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등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 5월30일 임단협 상견례를 한 뒤 3개월 만에 만들어낸 잠정합의안이다. 그동안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해두며 긴장감을 높였지만 끝내 전체 조합원 파업에는 이르지 않았다.

현대차 노사의 무파업 합의는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이 있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여름휴가(8월3~11일)를 마치고 돌아온 노조는 지난 13일 "일본의 경제도발에 고민이 많았다"며 노사 집중교섭을 다시 진행키로 했다. 여름휴가 전만 해도 '하투'(夏鬪)를 예고하던 노조였다.


노조는 약 2주에 걸쳐 교섭 시한을 정해두고 사측과 접점 맞추기에 돌입했다. 특근 거부 등으로 긴장감은 이어졌지만 대화의 끈도 유지됐다.

집중교섭 마감인 전날이 다가오면서 안건도 구체화했다. 사측의 임금·성과금 일괄제시안이 나왔고, 갈등 고리 중 하나였던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문제도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결국 27일 자정 무렵까지 협상을 진행한 끝에 잠정합의 선언이 나왔다. 노사는 또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협력사의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차량용 부품·소재산업 지원과 육성을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에 매진해 대외 의존도를 축소하자는 내용이다. 사실상 부품·소재 산업을 향해 도발한 일본을 극복하자는 뜻이 담겼다.

현대차 노조는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임금체계 개선도 이뤘다. 또 근속연수에 따라 격려금 최대 600만원 및 우리사주 15주 지급 등도 합의했다. 노조는 2013년 통상임금 지급 문제로 제기한 소송 진행도 중단키로 했다.

하부영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은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아무것도 없다는 절박함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결국 안팎의 어려운 정세가 현대차의 갈등을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 하 지부장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에 따라 한·일 경제전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잠정합의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조합원을 상대로 임단협 잠정합의 내용과 배경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다음달 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때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노사는 추석 전 임금협상 최종 타결에 이르게 된다.

노사가 공동선언문 채택을 통해 부품·소재 산업 국산화에도 매진하자고 밝힌 만큼 남은 하반기 양측의 '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적기 생산과 완벽한 품질로 고객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며 "미래차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