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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한일갈등과 애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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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2019.08.2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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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정치공동체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연상태의 인간에 대해 홉스는 외롭고, 가난하고, 형편없고, 잔인하고, 부족하다고 묘사한 바 있지만 해나 아렌트는 아예 인류의 범주로부터 추방당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 전역에서 무국적자가 증가하자 이들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무국적자는 정치공동체에 참여가 불가능함을 의미했고 사실상 도덕과 법 사이의 모호한 공간에 버려진 이들을 가리켰다. 국가가 없다는 것은 곧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렌트가 보기에 인간의 권리는 오직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결코 선험적인 인간의 존엄에 근거하지 않으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간의 선험적 존엄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잘못된 신화이다. 결국 아렌트는 모든 사람에게 어떤 권리보다 우선해서 보장돼야 하는 기본적 인권으로서 정치공동체에 속할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정치공동체의 존재는 인권의 실현에 불가피하지만 항상 오류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국가의 법적 수단들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도 하고 동시에 지배의 프로젝트로 작동할 때도 있다.
 
국가 내부의 불평등이 계급이나 젠더, 인종에 의해 영향받는다면 지구적 차원에서 불평등은 국가에 따른 시민권의 차이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다. 예컨대 소득 하위 5%의 미국인은 세계 소득분포에서 보면 상위 40%에 해당하고 덴마크의 소득 하위 5% 에 속하는 사람은 세계 소득분포에서 상위 10%에 해당한다. 이런 지표를 보면 더 안전한 삶과 정치적 권리, 경제적 기회를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개별 국가의 시민권은 글로벌 맥락에서 가치를 달리하며 사람들의 선호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가장 경쟁력 있는 첫째 범주의 시민권은 서유럽과 북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들 수 있다.
 
세계적 차원의 분배적 정의가 아직 비현실적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정의에 관한 선택은 더 작은 단위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너무 작은 단위의 공동체는 자원의 한계로 말미암아 의미 있는 분배 자체가 지속되기 어렵고, 너무 큰 단위의 공동체는 분배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제약들 가운데서 국민국가는 현실적인 분배적 정의의 단위로 기능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여전히 정체성과 애국심은 중요하다. 그러나 애국심은 혈연적 민족의 패권적 지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 및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귀속적 애착과 합리적 반성의 균형을 통해 생겨난 정치적 가치와 원칙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국가정체성은 배제와 포용의 역학 속에 형성되며 자기 시대를 살아가는 각각의 세대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이 과정 역시 국가정체성의 추상적 가치들이 개인적 이해의 요구들과 균형을 이뤄야 하며 개인의 이익에 반하는 희생이 집단적 정체성의 이름 아래 강요돼서는 안 된다. 자신이 속한 정치공동체에 대한 애국심은 이러한 균형들 위에서 생겨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한일 갈등이 악화하는 가운데 애국심이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강한 운명을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정치공동체로서 국가는 그 생존을 위해 시민들의 헌신적인 애국심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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