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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하위 계층 전락 막는 ‘유리바닥’…상위 20% 중상류층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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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8.3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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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20 VS 80의 사회’…상위 20%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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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망신스러운 일을 겪었다. 그가 의회에 보낸 세제 개혁안 때문이었다. 주로 부유층 가구가 혜택을 입는 ‘529 대학 저축 플랜’(자녀의 대학 학비 마련을 용도로 불입하는 장기 저축 상품으로 세제 혜택이 있다)의 세제 혜택을 없애고 그 재원을 더 폭넓고 공정한 세액 공제 시스템 확충에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합리적인 정책이었지만, 역공이 적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개혁안을 철회하도록 설득했다.

대통령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폐기한 이 모순의 상황은 상위 20%에 해당하는 중상류층의 힘이 결집한 잔인한 사례로 기억된다.

흔히 불평등을 얘기할 때 ‘상위 1% VS 하위 99%’라는 극단적 관점에서 정의하기 쉽지만, 저자는 ‘상위 20% VS 하위 80%’라고 단언한다. 불평등에 실제 책임이 있는 쪽은 상위 20%인 중상류층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중산층이라는 개념이 ‘편리한 허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상위 20%와 나머지 80% 사이의 큰 격차를 드러내며 이러한 두 계층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는 추세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상위 20% 가구가 평균적으로 소유한 부는 1983년에서 2013년 사이에 83%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부의 증가 폭이 훨씬 미미했고 부가 줄어들기도 했다.

저자는 “상위 20% 중상류층은 도시의 형태를 바꾸고 교육 제도를 장악하며 노동 시장을 변형시킬 수 있다”며 “또 공공 담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기자, TV프로듀서, 교수, 논객이 대부분 중상류층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능력과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달리, 성공의 기회는 평등하기는커녕 상위 20%가 사재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기회 사재기’라고 부른다.

중상류층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교육, 대입, 인턴과 고소득 일자리 등 성공의 기회를 독차지하며 자신의 자녀에게 사회적 지위를 물려주려 한다. 그들의 이러한 시도는 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 의해 현실이 돼 불평등의 격차를 확대한다.

기회 사재기와 함께 안전망으로 쓰이는 장치가 ‘유리 바닥’이다. 유리 바닥은 자녀 세대가 하위 계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보호수단을 일컫는 저자의 조어로, 경직된 하향 이동성의 원류가 여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자녀를 위해 유리바닥을 깔아 주는 부모들의 불공정 행위가 불평등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원인”이라며 “기회 사재기와 이로 인해 만들어진 유리바닥은 세대를 거쳐 계급 간의 분리를 영속시키고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꼬집는다.

고학력을 갖추고 고소득 전문진 일자리를 차지하는 중상류층은 표면적으로는 불평등을 맹렬하게 비판한다. 1%와 99%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최상위층 슈퍼 리치에 대한 비판을 이끈다. 하지만 언행일치에서 이중적이고 위선적이기까지 하다.

자신의 부를 유지하기 위해 배타적인 부동산 정책을 지지하며 자녀들에게 좋은 학벌과 고소득 일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인맥과 연줄을 통해 자녀에게 인턴 기회를 마련해 주고 학비를 지원할 여력이 있으면서 장학금 혜택까지 차지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 같은 위선적인 모습은 자주 목격된다.

부모의 높은 학력과 소득은 자녀에게도 전승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 세습은 그러나 상속을 통해서라기보다 교육을 통해서, 즉 유산보다는 학위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특히 불평등을 좁히기 어려운 것은 여행, 책, 가정교사 등 ‘자녀의 풍성한 경험을 위한 지출’의 격차다. 그레그 던컨(뉴욕대)과 리처드 머네인(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지출은 상위 20% 가구가 하위 20% 가구보다 10배나 많다.

이 같은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자는 “중상류층 스스로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우리(중상류층)가 다른 이들의 기회를 확장하기 위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할 의사가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20 VS 80의 사회=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민음사 펴냄. 272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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