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관광 협력 강화" 입 모았지만…눈 앞 현안엔 침묵

30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9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 참가한 이시이 게이치 일본 국토교통상(왼쪽부터)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뤄수강 중국 문화여유부장이 공동선언문 서명식에서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과 일본, 중국 관광장관이 3국 관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며 올해 '한중일 관광장관회의'가 막을 내렸다. 동북아시아 정세가 안개 속을 헤매는 상황에서도 3국이 관광협력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관광 현안에 대한 해답이 없었다는 점에서 다소 맥 빠지는 회의였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30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뤄슈강 중국 문화여유부 부장, 이시이 게이치 일본 국토교통상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 9회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를 갖고 3국 관광교류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한중일 관광장관회의는 동북아시아 주요 3국의 관광 의제를 발굴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정부 간 회의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한 연례행사지만, 이번 회의는 최근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정세와 맞물려 높은 관심을 샀다.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종료하고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본격 실행한 상황에서 한일 각료가 얼굴을 마주하는 첫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일 경제갈등의 불씨가 양국 관광산업에도 옮겨 붙는 상황에서 어떤 대화가 회의에서 오갈지 이목이 집중됐다. 관광은 정치 갈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정도가 큰 분야인 데다, 지난달 방일 한국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항공,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산업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중일 관광장관들은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 환경을 조성, 한중일 관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으고 △평화 △포용적 성장 △미래 선도 등을 토대로 한중일 관광장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관광 분야의 양적, 질적 발전을 도모하고 한중일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대만큼 깊은 논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당장 시급한 관광 현안에 대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 관광교류의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한 '반쪽짜리 회의'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안전한 여행환경 조성, 지역관광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3국 관광침체 분위기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30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9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 참가한 이시이 게이치 일본 국토교통상(왼쪽부터)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뤄수강 중국 문화여유부장이 공동선언문 서명식에서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 한일 양국의 관광교류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경제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며 양국 관광산업도 영향을 받아서다. 지난해 양국을 오간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할 만큼 관광교류가 절정에 달했지만, 올해는 정치, 경제 갈등으로 역성장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당장 반일, 반한 감정을 해소하고 공공· 분야 관광교류 위축 우려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중 관광시장 측면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내리며 닫혀버린 방한 중국인 단체관광 시장이 여전히 열리지 않는 점은 현재 우리 관광시장의 가장 큰 과제다.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에서 유커가 차지했던 비중을 감안하면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 부분에서도 별 다른 언급은 없었다.

장애인, 고령층, 영유아 동반가족 등 모든 여행객의 안전이 보장되는 여행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3국 관광장관이 공감대를 확인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해법은 찾기 어려웠다. 당장 우리 국민들의 주요 여행지 중 하나인 홍콩이 정세불안으로 여행안전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 대표가 참석했음에도 이와 관련한 대화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치, 경제 등 민감한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이견 차가 갈리는 내용을 회의석상에서 논의하기에는 3국 모두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관광협력 및 교류증진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