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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보장 있는데 왜 원금비보장 DLS를 더 많이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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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코노미스트실
  • 2019.09.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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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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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한 원금비보장형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의 기초자산 가격이 최근 크게 하락하면서 이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보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되자 그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판매사와 투자자들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판매사로부터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만약 독일·영국 금리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제대로 설명을 들었다면 위험한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사는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관련 녹취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판매사 등을 대상으로 지난달 23일부터 합동검사에 착수했고 해당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고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불완전판매 여부를 떠나 손익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마저 있는 파생결합상품을 당초에 일반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의 89.1%가 개인들이다.

또한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상품(DLB, ELB)이 있는데 왜 굳이 예상수익률을 1~2% 높여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내재된 원금비보장형 초고위험 상품을 팔았어야 했느냐는 비판과 검증도 수반돼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달 29일 국회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파생결합상품이 은행을 통해 개인에게 판매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가지수와 금리, 기타 상품 등 기초자산 연계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상품 발행액은 82조6453억원(1만9363건)에 달한다. 이는 원금손실 위험을 없앤 원금보장형 상품(30조6204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원금비보장 초고위험 상품이지만 예상수익률이 원금보장형보다 높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올해에도 7월까지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상품 발행액은 60조1401억원(1만2810건)으로 원금보장형(13조8294억원)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이렇듯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판매사로부터 원금손실을 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설명을 듣고 조금이라도 예상수익률이 높은 원금비보장형을 선택했다. 그중에는 과거 원금비보장형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경험이 있는 개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에 원금비보장형 투자로 손실을 입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파생결합상품은 기초자산 가격이 박스권을 벗어날 경우엔 필연적으로 원금손실을 입게 되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연계 DLF, DLS와 같이 아무리 판매 당시에 금리가 –0.21%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 거의 99.99%였다 하더라도 실제로 블랙스완과 같은 사건이 터지고 나면 한순간에 모든 걸 날리고 만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5월 31일 전까지 역사적으로 한 번도 –0.21%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지만 현재는 –0.71%까지 하락했다.

파생결합상품은 옵션을 이용해 손익구조를 설계한 복잡한 상품이다. 사실 옵션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위험 여부가 달라진다. 옵션을 보험 목적으로 활용할 때는 안전한 상품이 되지만 투기 목적으로 활용할 땐 원금마저 날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품이 된다.

콜옵션 매수(call buy)나 풋옵션 매수(put buy)는 보험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 경우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옵션을 매수할 때 든 비용만 날리면 그만이다. 마치 교통사고에 대비해 자동차보험을 들지만, 약정한 보험기간 동안 교통사고가 나지 않으면 불입한 보험료를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콜옵션 매도(call write)나 풋옵션 매도(put write)는 투기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 경우 예상한 대로 기초자산 가격이 움직이지 않으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그나마 보유 주식이 있는 경우에 한해 콜옵션 매도 거래가 허용된다. 만약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한 범위 밖으로 벗어나는 상황이 와도 최악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모두 넘겨주면 되기 때문이다. 보유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는 셈이다. 따라서 보유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담보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하는 네이키드(naked) 콜옵션 매도는 일반 개인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옵션 거래 중에서 제일 위험한 게 바로 풋옵션 매도다. 콜옵션 매도와 달리 풋옵션 매도는 따로 담보로 잡을 보유 주식도 없다. 기초자산 가격이 박스권을 벗어나면 풋옵션 매도자는 그에 상응하는 손실만큼 돈을 증거금으로 계속 채워 넣어야 한다. 따라서 증권사는 자금력에 문제가 없는 기관투자자가 아닌 이상 일반 개인에게 풋옵션 매도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대규모 원금손실 처지에 놓인 해외금리 연계 DLF, DLS나 몇 년 전 대량 원금손실 사태가 발생했던 중국·홍콩 주가지수 연계 ELS가 바로 풋옵션 매도다. 웬만해선 허용하지 않는 풋옵션 매도 거래를 은행과 증권사가 금융공학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일반 개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판매한 것이다.

물론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기에 자신있게(?) 판매했겠지만, 풋옵션 매도 상품을 일반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는 어려운 금융지식과 복잡한 금융공학 기법을 아는 금융전문가가 일반 대중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파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터질 확률이 금융공학적으로 아무리 낮을지라도 한 번이라도 터지면 끝장나는 거다. 새로운 금융공학 기법으로 멋있게 만들었지만 시한폭탄은 폭탄일뿐이다. 얼마든지 원금보장형 상품을 팔 수 있는데, 굳이 예상수익률을 높여서 원금비보장 상품을 아무렇지 않게 팔 이유는 없었다.

구조가 복잡해 일반 개인들이 이해하기가 어렵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은 기관투자자들끼리만 서로 거래하면 된다. 일반 개인들에게 파는 건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양심적인 행위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9월 2일 (18: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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