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마약밀수 적발'…CJ 경영권 승계 '빨간불'

이선호 CJ / 사진제공=이선호 CJ

이재현 CJ (116,100원 ▼3,900 -3.25%)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29·사진)가 마약 밀수로 적발되면서 CJ그룹 경영권 승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선호 씨가 승계에 필요한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약 스캔들'이 일어나며 향후 작업이 불투명해졌다. CJ그룹은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는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카트리지 수십여개를 밀반입한 혐의로 이선호씨를 전날 입건했다. 이 씨는 미국에서 출발한 항공기를 타고 전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 공항세관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이재현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으로 CJ그룹의 후계자로 여겨진다. 최근 이 씨가 CJ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는 등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개편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10년 이재현 회장이 CJ파워캐스트 지분을 이 씨와 이 씨의 누나인 이경후 CJENM 상무에게 각각 24%, 12%씩 매각하며 CJ가 3세들이 CJ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선호씨가 2014년 CJ시스템즈 지분을 증여받고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CJ올리브네트웍스로 합병, 추가 지분 증여와 지분교환 등을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17.97% 확보하게 됐다.

이 씨가 CJ올리브네트웍스 2대 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CJ올리브네트웍스는 매출 1조550억원(2015년)에서 2조840억원(2018년)으로 3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나며 고공성장했다. 이 씨 등 오너일가의 보유 지분가치도 급상승했다. 반면 CJ지주사의 시가총액은 3분의 1로 낮아졌다.


CJ그룹은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과 IT사업부를 분할 후 CJ지주사에 IT사업부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 등 오너일가가 갖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과 CJ지주사 지분을 교환키로 결정하며 이 씨가 CJ지주사 지분을 처음으로 확보하게 됐다. 분할, 합병이 마무리되면 이선호씨는 CJ지주사 지분 2.8%를, 이경후 상무는 1.2%를 보유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신형우선주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 절차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해 왔다. 지난해 말 CJ지주사는 주주들에게 신형우선주를 배당한 바 있다. 신형우선주는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되는 우선주다. CJ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보통주 대비 주가가 낮은 신형우선주를 증여해 증여세 등 비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편법승계 논란이 제기돼 온 상황에서 이선호씨의 마약혐의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이 씨가 CJ제일제당에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영 능력을 입증할 만한 활동은 부족했다. 앞서 SPC그룹이 지난해 회장 차남의 마약혐의 구속 당시 차남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한다고 발표한 사례를 감안하면 이 씨 역시 자질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경후 상무가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J그룹은 내용을 파악한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조사 내용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여서 징계 등 후속 조치에 대해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