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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차별은 있다... 신체 자르고 돌 던져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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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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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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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그 나라, 브루나이 그리고 부국 ②] 무슬림말레이인에게만 한정된 복지… 말레이인 이외 인종차별 만연하고, 사실상 종교적 자유도 없어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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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천국'에도 차별은 있다... 신체 자르고 돌 던져 사형

말레이시아 영토 한쪽 구석에 위치한 소국, 브루나이는 여러 국제 지표들에 따르면 돈 많고 행복한 나라다. 국제통화기금이 선정한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에 따르면 브루나이는 카타르, 룩셈부르크,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을 정도로 부국이다.

브루나이는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등 걸출한 선진국들에 이어 UN 2015 세계행복보고서 기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9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브루나이가 제공하는 여러 복지를 보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게 느껴진다.

브루나이 국민들이 받는 혜택은 △대학 졸업까지 모든 교육이 무료이며 학생들은 용돈과 안경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돈이 필요할 경우 가까운 은행에 가서 신용에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경찰관의 경우 병원비가 무료이며, 군이나 정부 직영병원은 병원비를 받지 않는다. △이밖의 사람들이 여타의 병원을 갈 경우 어떤 병을 가져도 병원비는 1회 900원에 불과하다 등이다. (☞학비 공짜·병원비 900원... 부자나라 '브루나이' [이재은의 그 나라, 브루나이 그리고 부국 ①] 참고)

그런데 브루나이에 거주하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알려진 만큼의 복지 정도를 체감할 수 없고,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그리 여유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브루나이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행복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무슬림 말레이인이 아닌 이들의 경우에 말이다.

인구수 43만명의 브루나이는 말레이인·중국인(화교)·토착인종 등으로 구성된 다인종 국가다. 2015년 기준 브루나이 국적자의 대부분이 '무슬림 말레이인'이며 이들이 전체 인구의 70% 가까이 차지한다. 가장 큰 소수민족은 호키엔, 킨멘, 샤먼, 하카, 광둥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중국인들로 이들은 전체 인구의 10.1%를 차지한다.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고 캄퐁 아에르(Kampong Ayer·브루나이 강 위에 지어진 수상 가옥촌) 근처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AFP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고 캄퐁 아에르(Kampong Ayer·브루나이 강 위에 지어진 수상 가옥촌) 근처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AFP
문제는 이처럼 적지 않은 이들이 국가적으로 엄청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국적도 잘 부여되지 않고, 종교의 자유도 사실상 없으며, 전통을 즐기는 것에도 제약이 따른다.

브루나이에는 중국 송나라 때부터 화교가 다수 이민왔고, 1867년 대영제국이 말레이시아를 식민지화한 뒤 브루나이도 함께 영국으로 편입돼 영국인도 다수 이민왔다. 1929년 세리아(Seria)지역에서 해상유전이 발전되면서 사라왁, 싱가포르, 홍콩 출신 이민자들도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같은 이민자의 후손들 중 90% 넘는 이들이 브루나이 국적을 받지 못해, '무국적 영주권자'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국적자로서 해외여행도 쉽게 다니지 못하고, 브루나이 국내에서도 숱한 차별을 마주한다. 브루나이 국민들은 노란색 신분증을, 외국인이나 무국적 영주권자들은 빨간색 신분증을 받는데, 노란색 신분증이 없는 이들은 인터넷 상품 가입이나 전화 요금제 가입도 어렵고, 정부가 주는 교육 장학금도 받을 수 없다.
도로에 브루나이 국왕과 왕비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사진=AFP
도로에 브루나이 국왕과 왕비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사진=AFP
대대손손 브루나이에 살아온 화교들 사이에선 '왜 국적도 주지 않냐'며 한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브루나이 당국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국적법에 따라 여러 조건을 만족 시 국적을 준다고 명명해뒀는데, 조건을 지키면 될 것이지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브루나이 국적을 얻기 위해선 시민권 시험을 치른 뒤 브루나이 말레이언어위원회를 찾아 브루나이 말레이어를 익숙하게 사용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시험을 보고, 충성 맹세의식 등을 치르면 된다. 하지만 브루나이 거주 화교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표준 말레이어와 길거리에서 사용되는 브루나이 말레이어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실제로 국적을 얻은 이들이 거의 없다"고 항변한다.

브루나이의 복지는 사실상 국적을 가진 무슬림 말레이인에게만 한정돼있고, 국적을 얻기는 다른 그 무엇보다 어렵다. 무슬림 말레이인들에겐 천국 같은 나라지만 다른 인종에겐 각종 제한만이 가득한 지옥 같은 나라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이슬람 술탄 왕국' 브루나이는 전제주의 왕정체제를 유지하며 이슬람국가로서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국가 발전을 무슬림 말레이인을 배려·존중하는 방향으로 유지해왔다. 브루나이도 말레이시아처럼 부미뿌트라(토착 말레이족) 특혜 정책을 통해 역내에서 빠르게 경제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화교들을 경계한다.
/사진=AFP
/사진=AFP
또 '이슬람 술탄 왕국' 브루나이는 타종교에 대한 종교적 억압도 가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국교인 이슬람교 외 다른 종교도 포용한다. 헌법에는 "브루나이의 공식 종교는 이슬람교다. 다른 모든 종교는 평화와 조화 속에서 실천될 수 있다"는 구절이 있어 종교의 자유를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브루나이에서는 이슬람교 아닌 다른 종교는 전도·포교 활동이 금지된다. 기독교는 정부허가를 받은 교회 안에서만 전례가 허용되고, 외국인 선교사의 입국도 허용이 금지된다. 성경만 들고 다녀도 포교로 간주돼 종교경찰(무타와)에 즉시 체포된다. 학교는 이슬람 교육을 제공해야하며 기독교를 가르치는 것은 금지된다. 불교, 도교, 힌두교 또한 사원 증축을 금지하는 등 명맥을 잇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 무슬림 종교행사나 문화를 금지하는 맥락에서 크리스마스도 금지되고 있다. 브루나이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행위를 하면 최고 2만달러의 벌금형과 최대 5년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중국식 설날(음력 설날)을 지내거나, 중국식 사자춤을 설날에 공연하는 것에도 엄격한 제한이 가해진다. 사자춤이 설날 3일 중 제한된 시간 동안만 공연되는 식이다. 브루나이 당국은 이 같은 제한 이유로 "다른 종교인들이 축제를 벌이면, 일부 무슬림이 참여하게 되는데, 흥겨운 분위기 때문에 내내 참여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다른 국가들은 기존의 차별들을 완화하고 있지만, 브루나이는 조금씩 더 강화하고만 있다. 브루나이는 '최고 이슬람 국가'라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2014년 4월부터 이슬람 교리에 바탕을 둔 이슬람 율법 '샤리아법'을 시행해 일반 형법과 이중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정 범죄에 두 가지 형법 중 무엇을 적용할지는 특별위원회가 결정한다. 샤리아법은 어린이, 외국인, 비이슬람교도에게 모두 적용된다. 국적에 관계없이 브루나이 영토에서 일어난 범죄라면 샤리아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동성애 인권 활동가들이 "동성애를 허하라"며 프랑스 파리 앞의 브루나이 대사관에서 시위하고 있다. 2019.04.18 /사진=AFP
동성애 인권 활동가들이 "동성애를 허하라"며 프랑스 파리 앞의 브루나이 대사관에서 시위하고 있다. 2019.04.18 /사진=AFP
지난 4월에는 이 샤리아법에 근거해 동성애자에 대한 투석사형을 규정한 새 형법 시행을 강행하기도 했다. 해당 형법은 동성 성관계 및 간통 행위자에게 돌팔매질을 통한 사형을 집행하는데 어린이, 외국인, 비이슬람교도 모두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법은 아울러 절도범들을 대상으로 초범은 오른손, 재범은 왼발을 절단하도록 했다.

전세계 각국이 이 법 시행에 비판 목소리를 내자 이스타나 누룰 이만 브루나이 총리는 "브루나이는 주권을 지닌 독립 이슬람 국가"라며 "샤리아법은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처벌하고 방지할 뿐만 아니라 믿음,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이나 사회의 권리를 교육하고 존중하며 보호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조지 클루니, 엘턴 존, 엘런 디제너러스 등 세계 유명인사들과 전세계 각국이 이 법 시행에 비판 목소리를 내자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1946년~현재)은 TV연설을 통해 사형 유예 및 유엔 고문방지협약 비준 방침을 밝혔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사진=AFP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사진=AFP
하지만 브루나이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이슬람 보수화가 관광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브루나이에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여행시장은 2019년 238억달러(약 28조원)로 세계 관광 지출의 13%에 이른다.

매튜 울프 인권단체 브루나이프로젝트 설립자는 샤리아와 할랄을 엄격히 지키는 브루나이는 무슬림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브루나이 정부가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보수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향후 석유에 의존한 경제가 침체돼도 권력을 유지·강화할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이슬람 세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이슬람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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