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다"…美 소기업들, 무역 장기전에 '호소'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력이 점차 소매용 완제품에까지 확대되면서 미국 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 경영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7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 응답한 비율도 1년 전 대비 두 배 가깝게 늘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미 중소기업 경영인 코칭 조직 '비스티지 월드와이드(Vistage world wide)'에 따르면 소기업의 지난달 체감 경기는 2012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연매출액 100만달러(12억원)에서 2000만달러(242억원) 사이의 소기업 67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소기업 체감 경기 지수는 92.9로 2012년 11월(83.9)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세웠다. 1년 전인 2018년 7월 체감 경기 지수는 107.8이었다. 아울러 응답자들 중 향후 12개월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로 이는 직전달 비중(29%)이나 1년전(23%)보다도 훨씬 높았다. 이번 조사는 미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소기업 경영인들은 관세 전쟁으로 인해 향후 사업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뉴욕의 한 캐시미어 브랜드 화이트+워렌의 설립자인 수잔 화이트 모리시(Susan White Morrissey)는 "감당키 어렵고, 지치며 의기소침해진다"며 "우리 직원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길 원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답을 줄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 여름,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에서 제조된 캐시미어 모자 제품의 이윤이 50%까지 깎였다. 또 이 회사에서 만들어진 면 및 린넨 스웨터 제품에 대해서도 지난 1일부터 부과됐다.

미시간 대학의 리차드 커틴(Richard Curtin) 이코노미스트는 "소기업들에 있어 앞으로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투자와 고용 계획에 있어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소기업일수록 변화에 민첩하게 행동할 수는 있어도 현금 상황이 여의치 않아 관세 전쟁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급 침구 베개 회사인 '퀸 앤 필로우'의 창업자 트래비스 루터(Travis Luther)는 WSJ에 "규모가 더 큰 경쟁자들은 관세 부과에 앞서서 대량으로 (중국산 면직물 등 자재를) 사 둘 수 있지만 내가 운영하는 6년차 회사의 경우엔 그럴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로 인해 제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소비자 가격을 올리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하는 것처럼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 공장을 중국 외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한 개에 9.99달러짜리 탈취제를 만드는 한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는 "우리와 같은 기업의 경우 제품 가격이 10달러선을 넘으면 그것은 완전히 다른 소매 심리에 관한 이야기가 돼 버린다"며 관세 인상분을 회사가 흡수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악기 제조업체인 '이스트만 뮤직'은 중국에 네 개의 공장을 운영중인데 이 회사의 CF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수공예로 만들어지는 악기 제작 기술을 연마하는 데 수 년이 걸린다"며 "이것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저비용 국가로 이동할 수 있는 조립 생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