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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돈은 한꺼번에 빠져 나간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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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기택 금융부장
  • 2019.09.03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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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에서 질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들이 만든다. 당연하게도 전승국의 힘과 의지가 관철되는 게 국제질서다.

미군의 해외기지는 ‘독일>일본>한국>이탈리아’ 순으로 많다. 주둔 미군 수는 ‘일본>독일>한국>이탈리아’ 순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한국을 빼면 2차대전 패전국이라는 점이다(한국도 1945년 8월15일까지 일본의 한 부분이었다). 미국과 이들 국가 간의 동맹은 승전국과 패전국 간의 조합이라는 측면에서 빅터 차 국제전략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한일관계를 지칭한 ‘적대적 제휴’란 표현을 써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니 동맹 간에 티격태격하는 갈등은 늘 잠재한다고 볼 수 있다. 승리한 국가끼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의 또다른 동맹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는 미국의 동맹이지 속국이 아니다”라고 불평한 일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유럽신속대응군 창설 주장을 비난하는 트윗을 날린 데 대한 반격이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이 곧 질서를 깨자는 건 아니다. “동맹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선을 지키라고 한 것일 뿐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는 외교와 군사 영역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플라자합의는 이 질서가 어떻게 외환·금융시장에서 구현되는지를 보여줬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G5의 재무장관이 모여 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의 강세에 ‘합의’했지만 이는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종용의 결과였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도 미국의 위력은 드러났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그의 책(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에서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가 자국 은행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에게도 한국을 지원하라고 한 일을 적었다. 당시 미국 재무부 차관보였던 티머시 가이트너 역시 자신의 책(스트레스 테스트)에 같은 내용을 썼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의 경제적 붕괴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가져올 파급효과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불안정을 파고들 북한의 도발을 걱정해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자금을 공급했다고 설명한다. 안보와 경제·금융이 별개가 아니었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에 미국이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게 되는 핵심논리였다.

미국의 힘과 의지는 비동맹국이나 적성국가에는 반대방향으로 전개된다. 예컨대 지난 6월 미국 상원을 통과한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안엔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이나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북 은행업무 제재법안’(일명 웜비어법)이 포함됐다. 이를 위반하는 것은 사실상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쫓겨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좇지만 때때로 정치적 요인에 따라 그 흐름이 인위적으로 바뀔 수 있다.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가 한국의 경제적·지정학적 가치에 근거해 미국을 움직여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압박하는 전술일 수 있지만 미국의 ‘강한 우려와 실망’이 정부가 계산한 것보다 커지면 일본돈뿐만 아니라 미국돈과 유럽돈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홍콩의 반정부시위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꼬리위험(tail risk)이 커지고 있다”(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고 진단한 상황에서 이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

[광화문]돈은 한꺼번에 빠져 나간다(2)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일본과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말한 것처럼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금융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미국, 일본 등과의 ‘신뢰 마일리지’가 충분히 적립돼 있어야 한다. 국제금융질서에서 원화가 기축통화도 아니고 강한 통화도 아닌 이상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감정이 아니라 냉정이어야 한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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