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싸서 좋아했더니 옵션, 옵션, 또 옵션?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최근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 대비 낮아졌지만 실제 계약 과정에서 수분양자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줄지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평균 분양가 자체는 낮아졌지만 옵션(선택 품목)이 늘어나면서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단지들에서 '마이너스 옵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이너스 옵션이란 빌트인 가구와 드레스룸 등 그동안 기본으로 제공됐던 항목을 옵션으로 빼 분양가를 낮추는 전략을 말한다.

지난달 30일 견본주택을 개관한 A아파트는 안방·침실 붙박이장, 수입원목마루, 복도수납장 등을 옵션으로 제시했다. 통상 분양 단지들이 발코니를 확장하면 작은방 침실의 붙박이장을 무상으로 제공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59㎡(이하 전용면적·A 주택형 기준)의 경우 선택 품목을 모두 적용하면 추가 금액으로 3260만원을 내야 한다. 발코니 확장 금액은 별도인데, 최대 1990만원이다. 필수 선택 품목으로 꼽히는 발코니 확장과 붙박이장, 에어컨 설치 등을 포함하면 최대 5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B아파트도(59㎡ A 유형 기준) 에어컨 설치와 거실·주방 바닥재 교체 비용 등을 옵션으로 제시했다. 에어컨 4대를 설치하고 거실·주방 타일 교체와 중문 설치 등에 드는 비용은 982만원이다. 발코니 확장 비용까지 포함하면 분양가 외에 2073만원을 더 내야한다.

C아파트 (59㎡ A 유형 기준) 역시 에어컨 4대 설치 비용과 거실·주방 바닥재와 마감재 옵션 가격을 합하면 75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 비용까지 20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세 단지 모두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1~2억원 저렴하게 책정된 곳이다. 59㎡ 분양가가 5~6억원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예비 청약자들의 인기를 끌지만,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설치해야 하는 품목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상 옵션은 시공사인 건설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30대 예비 청약자 A씨는 "선택 사항이라고 하지만 발코니 확장이나 에어컨, 붙박이장 설치 등은 사실상 필수 사항이나 다름없다"며"시세 대비 1억원 이상 저렴하다고 해도 옵션 비용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크게 낮다고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분양 관계자는 "정부의 고분양가 규제에 맞춰 평균 분양가를 낮추다 보니 유상 옵션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