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빌딩 '5.8조원' 사들인 한국 큰손, 결과는?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최근 유럽 부동산 시장 최대 투자자는 한국 자본이다.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유럽 주요 도시 상업용 빌딩을 대거 쓸어담았다. 세계 경기침체 우려에도 유럽 오피스 임대료는 오르는 등 투자 성과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세계적인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시아 자본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부동산 투자 금액은 약 72억달러(약 8조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3% 급감했다. 그러나 한국 자본의 EMEA 투자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8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한국이 유럽 부동산 시장을 이끈 것이다.

반면 그동안 세계 부동산 시장을 주무르던 중국 자본의 투자는 제로(0%)에 가까웠고, 홍콩과 싱가포르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화권 투자자가 떠난 빈자리를 한국이 메운 셈이다. 한국 기관들은 특히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 대표 도시는 물론 체코 프라하, 폴란드 브로츠와프, 룩셈부르크 뤽상부르 등 비교적 작은 도시 매물에도 적극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헨리 친 CBRE 리서치 부문 대표는 "최근 한국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의 주요 관문 도시 오피스 빌딩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면서 "이는 유럽 상업용 부동산이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보장하고, 원화 약세에 대한 헤지(위험회피)까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악재에도 강한 모습이다. 다국적 부동산 서비스·컨설팅 회사 세빌스 계산으로는 올해 2분기 유럽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평균 4% 정도다. 오피스 임대료 상승률은 평균 4.3%로 같은 기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률(0.2%)을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원화 약세로 올 상반기 원/유로 환율이 5.6% 상승했다는 점도 한국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원화 기준 한국 투자자 자산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친 대표는 "일부 투자자는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아일랜드, 체코, 폴란드 등 유럽 내 비주류 부동산 시장으로까지 눈길을 돌리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낮은 금리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