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세이·자라·포카리… '홍콩 사태' 휘말린 기업들

(홍콩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지난 2일(현지시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학생들이 수업을 보이콧하며 시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3주 연속 계속된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로 기업도 큰 손해를 입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강경 대응을 고수하는 중국 정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태에 휘말려 사업이 충격을 받았다.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대표 사례다. 캐세이퍼시픽은 일부 직원의 시위 참여로 중국 본토의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중국민용항공총국(CAAC)도 시위 참여 직원이 탑승한 항공기의 본토 운항을 금지하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루퍼트 호그 캐세이 최고경영자(CEO)는 "시위에 참여한 직원은 해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엔 홍콩 내 비난 여론을 마주해야 했다. 결국 호크 CEO는 폴 루 최고사업책임자(CCO)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39년간 캐세이에서 일해 온 존 슬로사 회장도 오는 11월 6일 연례 주주총회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했다. 슬로사 회장의 후임으로는 최대주주인 영국 스와이어그룹의 중역을 지낸 패트릭 힐리가 내정됐다.

스페인 패스트패션 회사 자라는 지난 2일 홍콩 내 일부 매장문을 닫았다가 중국에서 몰매를 맞았다. 자라가 직원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려고 일부러 영업을 중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자라를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는 홍콩 학생들의 수업거부와 주요 200여개 학교, 1만여명의 학생이 수업거부 시위를 벌이던 때로 홍콩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자라는 일부 매장이 휴점한 것에 대해 "시위로 말미암은 교통마비로 일부 직원이 제때 출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한번 폭발한 중국인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BBC방송은 "자라는 이미 지난해 대만과 티베트를 중국과 별도의 국가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미운털이 박혔다"고 전했다.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일본 음료 회사 오츠카제약도 민감한 시기 행동 하나로 유탄을 맞았다. 지난 7월 홍콩 시위 관련 친(親)정부 성향의 방송국 TVB와 광고 계약을 중단했는데, 이 때문에 홍콩에서는 이 음료가 매진될 정도로 큰 지지를 받았지만, 중국에서는 격렬한 불매운동이 일었다.

대만 차 체인인 이팡수이궈차(一芳水果茶)와 버블티 체인 '코코 프레시'도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중국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AFP통신은 "중국 관영 언론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듯한 기업을 보이콧하도록 선동하면서, 이들 기업이 본토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