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양광 줄도산에 韓 불안한 곁눈질…OCI 1.4조원 계약해지

국내 한 수상 태양광 발전소./사진=머니투데이DB

중국계 웨이퍼 제조업체의 도산으로 OCI의 1조4000억원 규모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무산됐다. 세계 최대 중간시장인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줄도산을 바라보는 국내 태양광업계의 시선에서 불안감이 읽힌다.


OCI는 그린테크놀로지(Green Energy Technology Inc.)와 앞서 체결했던 4건의 폴리실리콘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5일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4건을 합쳐 약 1조4000억원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 상대방의 청산 결정으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린테크놀로지는 대만에 본사를 두고 중국과 대만에서 주로 영업해 왔다. 메이저 급은 아니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추세가 단결정으로 쏠리는 가운데 다결정 웨이퍼를 제조하며 경쟁력에 약점을 노출해 왔다.

그린테크놀로지는 지난 2017년까지 2GW 규모 웨이퍼 제조설비를 가동해 왔으나 그해 연말부터 자금난이 심해지면서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도산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계약 규모는 작지 않지만 OCI는 회사에 타격을 입을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린테크놀로지가 어려워지면서 이미 폴리실리콘 공급량이 매우 적은 상황이었다"며 "지난해 기준 OCI 전체 매출액의 0.2% 정도를 차지한 작은 거래처"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 이행률 자체가 매우 낮은 상황이었고, 계약 당시에 600억원 가량의 보증금도 받았다"며 "청산 절차에 따라 필요할 경우 채권 등을 확보할 수 있어 회사에는 손해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CI는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공급자다. 대만이나 중국 내 우량 웨이퍼 업체 중에서 다른 공급처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중국계 웨이퍼 기업들의 동향에 대해서는 예의주시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내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 10위권 밖 중소 웨이퍼 업체들은 거의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시장과 밀접한 국내 기업들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폴리실리콘 가격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7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17달러를 오르내렸었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는 kg당 13~14달러다. 원가도 안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수요와 폴리실리콘 수요가 항상 딱 맞아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쪽엔 부족현상이, 한 쪽엔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태양광 시장의 구조조정이 국내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태양광 웨이퍼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부실 제조사들이 청산되고 톱 플레이어로 수요가 몰리면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