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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명문대생은 '스펙 쌓기' 안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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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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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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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교육 공정성 높이려면 스펙 쌓기 탓하지 말고 제도 자체를 바꿔야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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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당사자보다 자녀의 스펙이 더 큰 논란이 됐다. 일부에서는 조국의 청문회인지 조국 딸의 청문회인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수시와 학종으로 대표되는 현행 입시에서 각종 대내외 활동이 큰 부분을 차지한 지 오래다. 과연 이런 제도 하에서 스펙 쌓기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학부모와 학생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올해 국내 명문대에 입학한 A씨는 “고교 3년간 준비한 학종 관련 활동이 3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모든 대학을 합격하진 못했다. 떨어진 대학은 그 이유도 모른다. 그냥 제도 하에서 준비된 학종과 수시로 응시하고 일부는 합격하고 일부는 떨어졌을 뿐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지원하고 싶은 전공이 바뀌었지만 그동안 준비했던 학종 때문에 다른 전공으로 지원하기도 어려웠다.

더욱이 돈이 넉넉한 집은 아예 처음부터 이런 스펙 쌓기에 관심이 없다. 진짜 스펙 쌓기는 국내만 머물지 않는다. 해외로 나가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보면 자녀의 절반 이상이 해외 대학에 진학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굳이 어렵고 복잡한 국내 대학을 준비할 바에는 미국이나 영국의 명문대를 더 선호한다. 당연히 어릴 때부터 해외 연수는 기본이다. 해외 대학을 입학하기 위한 영어 학원과 에세이 관리는 필수다. 부모는 국내 대학의 몇 십 배가 드는 넉넉한 돈과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올 8월 미국 대학에 입학한 자녀의 아버지인 B씨는 “한해 미국 대학 학비만 7만불(8400만원) 가량에 생활비까지 해서 연 1억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4년 과정에 4억원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외고의 국제과에서 해외 대학만 준비했던 것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국내 대학에 들어가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는 뭐든 경쟁적이라 온 가족이 나서 스펙을 쌓는 게 일반적인데 특정인만 그런 듯 치부하는 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마치 조국 장관 딸만 이상한 스펙 쌓기를 한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도 고등학생이던 2015년 미국에서 열린 학술회의 때 발표된 의공학 포스터에 제1저자, 같은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비(非)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 논문에 제4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발표된 연구물들의 공동저자는 모두 서울대 의공학과 소속으로 고교생 연구자는 나경원 아들이 유일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SKY 명문대 학생들이 마치 본인은 무관한 양 다른 사람의 스펙 쌓기를 비난했다. 자기부정이자 위선에 가깝다. 학부모와 학생은 교육 제도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정시보다 수시가 많은 현행 입시는 스펙을 쌓아야만 대학 입학에 유리하다. 당시 기준으로 스펙 쌓기가 합법적이었으면 더 이상 따져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SKY를 졸업했다는 것은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쌓은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 수시와 학종으로 이뤄진 스펙이다.

진정으로 교육 공정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스펙 쌓기를 탓하지 말고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수시와 학종을 없애거나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대학 학군제로 알량한 대학 서열화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모두 상당한 돈을 들여야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거나 좋은 대학을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서도 제도 개선은 이런저런 핑계로 반대하고 뒤로는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9월 11일 (18: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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