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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문서 내랬더니 유튜브 주소 보내면 안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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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영 기자
  • 2019.09.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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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률 KAIST 기술자문단장·정택모 화학소재현안TF장 인터뷰

A: “기술자문서를 작성한 후 이메일로 접수하시면 해당 전문가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B:“제가 시간이 없는데 우리 회사 홍보 유튜브 주소를 보내면 안되겠습니까.”

카이스트(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 최성율 단장(공과대학 부학장)이 최근 기술 상담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다. 최 단장은 “이같이 막무가내인 상황에선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일본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과 공과대학들이 잇따라 기술자문단을 구성,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에겐 기술 자문·컨설팅 문화가 익숙지 않아 이런 웃지 못할 진풍경이 펼쳐진다. 또 이 과정에서 반도체 선진국 이미지와는 크게 상반된, 우리 산업계 어두운 민낯도 드러나고 있다.

카이스트(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 최성율 단장(공과대학 부학장)/사진=KAIST
카이스트(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 최성율 단장(공과대학 부학장)/사진=KAIST
◇상담 전화 절반은 소재·부품과 무관…의뢰한 자료 털릴라 ‘반쪽 자문’=지난 8월 출범한 KAIST 기술 자문단은 전현직 교수 100명으로 구성됐다. 일본의 전략물자 1100여 개 품목 가운데 주력 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159개 핵심 소재·부품 관련한 기술 개발 자문 및 컨설팅을 지원한다. 하지만 자문단 출범 이후 들어온 기술 상담 중 절반 이상이 소재·부품과는 무관하다. 최 단장은 “정작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소재·부품 분야와는 무관한 초기 애로기술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국내 영세 기업들의 고충사항을 실질적으로 해결해줄 전문 창구가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회사 기밀 유출을 우려해 기술자문서 작성을 꺼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 단장은 “1시간 넘도록 심각하게 전화통을 붙잡고 물어보던 사장님에게 더 확실한 자문을 진행하기 위해 자문서부터 접수하라고 하면 서류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며 성을 내다 끊는다”며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시니까 자문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최 단장은 “기술 자문 과정에서 알게 된 신청 기업들의 기밀은 보장하는 게 원칙”이라며 “기술 자문 문화가 아직 우리에게 낯설어 생긴 일 같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기술자문단을 첨단소재·부품으로 제한하지 않고 화학·생물분과, 화공·장비분과, 전자·컴퓨터분과, 기계·항공분과 등의 분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 단장은 “자문단은 현재 태스크포스(TF)와 비슷한 구조인데다 소재·부품 R&D의 장기적 특성을 감안할 때 교내 기술 사업화 센터와 함께 보다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시급한 현장 자문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미래기술을 논의하는 중장기 산학협력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최 단장의 복안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이스트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학기술원 통합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 구성을 검토중이다.

정택모 화학연 화학소재현안대응TF장(화학소재연구본부장)/사진=화학연
정택모 화학연 화학소재현안대응TF장(화학소재연구본부장)/사진=화학연
◇"수백억 R&D 대기업 안쓰면 말짱 도루묵"=정택모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화학소재현안대응TF’는 최근 ‘불소계 첨단화학소재 클러스터 조성사업’(2021~2025년)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안했다. 화학연 TF는 650억원대 소재·부품·기술 개발 추가경정예산 긴급 투입과 함께 이 예산이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를 대상으로 한 기술 검토·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중장기적·체계적 대응이 가능토록 미리 60여개 R&D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를 준비해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정 본부장은 “사실 R&D 사업을 해도 대기업이 안 써주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RFP에 대학·연구소, 중소기업이 개발하면 대기업이 받아준다는 조건을 넣을까란 고민까지 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 본부장은 또 대기업과 출연연간 교류가 단절된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대 교수가 안식년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보내겠다면 받아주는데, 출연연 연구자들이 가겠다면 비밀서약서를 쓴다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 공동대응할 ‘산학연 연구협의체’ 등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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