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8 공짜" 일본은 싸게 파는 이유

애플 아이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채 15%가 안 되지만 일본에서만큼은 50%에 육박한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내로라하는 전자업체를 보유한 일본이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아이폰이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일본에서 아이폰이 세계 1위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는 물론 일본 업체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시장을 석권할 수 있던 비결은 뛰어난 성능, 매력적인 디자인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사 요금제와 결합한 저렴한 단말기 가격을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이통사가 막대한 보조금으로 기기를 싸게 공급하는 대신 약정으로 묶인 비싼 요금제를 통해 이익을 내는 방식을 택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한 일본 이통산 임원은 "가장 비싼 스마트폰 단말기(아이폰)가 가장 싸게 팔렸다"면서 "경제원칙이 무시되고, 아이폰에 유리한 일그러진 시장이 됐다"고 한탄했다.

그런데 아이폰 독주를 허용한 일본의 독특한 시장 체계에 최근 변화가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이통사의 스마트폰 단말기 할인금액을 최대 2만엔(약 22만원)으로 제한한 것. 이통사의 과도한 할인판매와 그로 말미암은 통신요금 급등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KDDI와 소프트뱅크 등 그동안 아이폰으로 쏠쏠한 이익을 거둬온 일본 이통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새로운 규칙 적용 전 아이폰을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기종인 아이폰8은 월 3만원 요금제에 가입해도 기기 값이 공짜일 정도다.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애플스토어. /사진=AFP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월 총무성이 이통사 보조금 제한 조치에 대한 의견을 모집했을 때 애플이 가장 강력히 반발했다"면서 "아이폰 '1강' 상태였던 일본 스마트폰 시장이 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이어 "애플이 내년 봄 5만엔 전후의 저가 모델인 아이폰SE 후속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아이폰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단말기로 갈아타는 이용자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아이폰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의 '갤럭시 시리즈'는 일본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재팬 자료로는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일본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신규 출하 기준 9.7%로 두 자릿수 돌파를 눈앞에 뒀다.

10년 이상 시장을 지배한 아이폰이 단번에 무너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스가와라 아키라 IDC재팬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이통사 보조금 제한 조치가 아이폰 판매에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단기간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기울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