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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블랙스완과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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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익태 증권부장
  • 2019.09.10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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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KIK0) 사태가 벌어진 지 10년. 또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일이 재현됐다. 해외금리연동상품인 파생결합증권(DLS) 및 파생결합펀드(DLF)에서 큰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독일 국채 금리라는 ‘블랙스완’(Black Swan·黑鳥)으로 금융업계에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세계 경기 침체 공포 속에 각국 장기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겠어?” 그 ‘설마’에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 돈 1조원이 물렸다. 더욱 황당한 것은 금리가 급락하던 3월 이후에도 판매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옵션 매도의 위험은 치명적이다. 매수와 달리 손실 크기에 제한이 없는 탓이다. 문제가 된 상품은 손실률을 원금의 100%까지 열어뒀다. ‘위로는 막혀 있고 아래로는 뚫린’ 고위험 파생상품이었다.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선 개인 투자자의 파생상품 투자를 엄격히 제한할 뿐 아니라 판매사가 권하지도 않는다. 개인에게 그런 상품을 팔아 손실이 무제한 났다면 아마 집단 소송이 벌어졌을 거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팔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올 들어 ELS(주가연계증권)·DLS가 매달 10조원 씩 팔려나갔다. 한국처럼 손실이 무제한인 상품을 개인 투자자에게 겁 없이 파는 나라가 없다. “ELS도 안 터졌을 뿐이지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한 증권사 고위 임원)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2011년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파생상품 투자 진입에 일정 장벽을 쌓았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런 상품이 은행에서 팔릴 수 있었을까. 은행의 수익 구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은행들의 수익 구조 자체가 대한민국의 비극”이라고 한탄했다. 이런 구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행장 임기는 정해져 있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성과를 내야한다. 그러나 보니 이런 상품을 겁 없이 팔았던 것 아닌가. 투자 상품을 아예 취급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팔 능력이 안 되는 상품은 취급하지 말았어야 했다. 문제가 된 한 은행의 PB(프라이빗 뱅커)는 “'그것도 못 팔면서 PB라 할 수 있냐'는 강압적 분위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10년 전 키코(KIKO) 사태 때 누구라도 징계를 받았다면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일어났겠냐”는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를 놓고 보면 고객과 은행 직원과의 이해관계는 불일치 한다. 고객은 손해를 봐도 문제의 상품을 판 은행 직원은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다. 설사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을 해줘도 은행이 물어준다. 결국 주주의 돈이다.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도 않는다. 노조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크게 시달릴 것도 없다. 금감원으로부터 시달리는 건 준법감시부서나 법무실이다. 은행은 문제가 잦아들 때쯤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낸다. 새로운 직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객들에게 또 새로운 상품을 판다. 늘 그래 왔듯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 투자들에 대한 은행들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아예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불완전판매가 일어났다면 은행뿐 아니라 판매에 관여한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도 이뤄져야 한다. 설사 윗선에서 강압적으로 판매 분위기를 조성해도 '징계 당하면 책임 질거냐'며 직원들이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한쪽이 선의의 피해자라는 프레임도 부적절하다. 투자는 결국 자기 책임하에 하는 거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결론에 따라 엄격히 징계하면 된다. 손해배상을 놓고 금감원이 나서 은행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도 아니다. 손해배상 문제는 투자자와 은행 간 민사 소송으로 풀면 될 일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투자·판매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광화문]블랙스완과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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