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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노량진 공시생의 '불편한 진실'은...PC방·당구장 '문전성시'

대학경제
  • 임홍조 기자
  • 2019.09.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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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취업포털사이트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2020년 예산안' 발표에서 내년에 국가직 공무원을 1만 8815명 더 늘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식을 줄 모르는 공무원 시험에 대한 열기 덕분에 노량진 일대는 여전히 '공시생'으로 붐비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심각한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세금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가운데 청년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정년보장'이 강점인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모양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공시생은 지난 2006년 이래 가장 많은 약 22만 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노량진 일대를 직접 취재한 결과, 피땀 흘려 시험 공부에 매진하는 '수험생(실수)'만큼 공부 외 활동(?)으로 바쁜 '수험생(허수)'도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국가직 9급 공채 응시자(15만 5298명) 중 절반이 넘는 약 8만 명이 과락했다. 합격선에 한참 못 미치는 70점 미만의 응시자는 무려 85%(13만 1153명)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량진 일대의 PC방, 당구장 등은 '허수 공시생'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게다가 수험생들이 함께 공부하기 위해 만드는 '스터디'를 빙자한 '섹터디(섹스+스터디)' 모임이 늘면서 인근 모텔에는 빈 방이 없을 정도다.

노량진에서 가장 인기 있는 3대 사업은 PC방, 당구장, 모텔이란 우스갯소리가 꼭 틀린 말이 아닌 이유다.

공시생 정모 씨(28)는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공무원 시험이 청년들의 도피처로 전락했다. 부모님의 눈치가 보여서 혹은 부유한 집안의 경제력만 믿고 '그냥' 준비하는 수험생도 있다"면서 "이들에게선 시험 합격에 대한 간절함이나 의지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벌금제도를 활용, 회식을 자주하는 스터디의 경우 십중팔구 커플이 탄생한다"며 "다수의 수험생이 혈기왕성한 20~30대 성인이라 성관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청년의 꿈이 공무원인 한국은 5년 안에 활력을 잃고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말은 공무원이란 직업 자체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성'으로 대변되는 공무원에 청년이 몰리는 세태를 꼬집는다.

이에 어른들도 "젊은 나이에 도전해야 한다", "청년이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비판하지만, 대한민국은 실패에 관대한 나라가 아니다. 필자를 포함해 'N포 세대'로 불리는 요즘 청년에게 도전은 배 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도전의 필수 전제인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지켜지나?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녀 특혜 입학 의혹',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녀 KT 채용 청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 논문 제1저자 청탁 의혹' 등의 사례만 봐도 수긍하기 어렵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스펙 관리를 위해 캠퍼스의 낭만까지 반납하는 요즘 청년에게 '공정'은 가장 민감한 키워드"라며 "'실패할 기회'를 제공해 많은 젊은이가 열정을 갖고,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다층적 구조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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