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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택시비 다 올랐는데 저물가?" 'D'의 두 가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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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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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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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디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리는 경제심리 악화 초래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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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저물가가 심화되고 나아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저물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지금이 우리 경제가 저물가라는 점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네 마트에 가보면 정말 흔한 표현으로 10만원 갖고도 살 게 얼마 없다는 푸념이 나올 때가 많다. 또 가까운 식당에 가보면 밥값이나 냉면값은 작년보다 1000원씩 올라 있고, 얼마 전 택시 기본요금도 올랐다. 당장 택시 타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무슨 저물가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 생활 주변에서 접하는 물가는 저물가는커녕 고물가를 걱정할 지경인데 통계청에서 나오는 지표는 왜 이런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저물가로 나오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물가라는 지표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보통 통계청에서 나오는 소비자물가는 가구의 총 소비지출 중에서 구입 비중이 큰 460여개 상품과 서비스 품목들을 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조사된 소비자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때 각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따로 산정하지 않고 460여개 품목을 하나의 지수로 나타내기 위해 품목별로 ‘가중치’라는 것이 매겨지는데, 소비 비중이 큰 품목일수록 가중치가 크고, 적게 지출하는 품목일수록 가중치가 낮다.

예컨대 전체 가중치를 1000이라고 할 때 가장 가중치가 큰 것은 전세(48.9), 월세(44.8), 휴대전화료(36.1), 휘발유(23.4), 공동주택관리비(19.0), 전기료(17.0) 등이다. 반대로 가중치가 낮은 품목은 배추(1.5). 콩나물(0.6), 고등어(2.1), 소주(1.5), 택시비(3.5), 냉면(2.1), 자장면(1.6), 설렁탕(2.2), 된장찌개(4.5) 등이다.

여기서 가중치가 큰 품목의 가격 변동은 전체 물가지수 변동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 데, 최근 이들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거나 특히 유류세 인하 등으로 석유류의 가격상승률은 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전체 물가지수를 낮췄다.

반면 가중치가 낮은 품목들의 경우 자주 소비하지만 그 비중이 작기 때문에 아무리 가격이 많이 올라도 전체 물가지수 변동에 주는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소비에 부담이 되고, 반대로 물가가 낮으면 소비 부담이 줄어드니 좋을 것 같은데, 왜 저물가는 좋지 않고 경제 불황까지 우려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일단 가계 입장에서 보면 저물가가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물건을 싸게 구입할 것 같지만,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오히려 소비를 미루게 된다. 기업에서도 저물가가 지속되면 구태여 지금 비싼 가격에 투자를 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렇게 소비와 투자가 지연되면 기업에 재고가 쌓이고 공급과 생산량이 줄어들게 돼 기업 이익은 줄어든다. 결국 고용 감소와 가계 소득 감소 그리고 다시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장기적인 저물가와 그에 따르는 경제 불황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실제 국민소득을 추정하기 위하여 계산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로 ‘GDP디플레이터’라는 지표가 있다. 이는 명목상의 GDP를 실질 GDP로 나눈뒤 100을 곱해서 산출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0.7%로 나타났고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디플레이터가 이렇게 하락했다는 것은 결국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보다 낮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물가를 반영한 명목성장률이 높아야 정상적인데, 저물가로 그 반대 상황이 되면 이는 기업이나 가계 입장에서 결국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높아지는 효과를 초래하고 이는 당장 부채 상환 부담이 늘고 명목 소득의 감소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소비자물가 통계지표를 보면, 지난 2012년 연간 2.2%를 기록한 이후 줄곧 1%대를 나타냈고, 올해 들어서 1~7월까지 평균 0.6%, 8월에는 급기야 –0.038%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임을 고려하면 지난 6년간 1%대의 물가 상승률을 지속했고, 결국 8월에 마이너스까지 기록한 상황은 객관적으로 저물가 상황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수요측 요인과 공급측 요인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요측 요인은 소비가 부진해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어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인데, 실제로 7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대비 3.4p 하락한 92.5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민간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 2분기 2.9%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공급측 요인은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자체가 하락해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던 가중치가 큰 전월세 가격, 공공요금, 휴대전화료, 교복 및 급식비 등의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거나 도리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인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 농산물의 경우 2017년 8월에 무려 13.5% 상승한 데 이어, 작년 8월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9.3%나 상승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작황이 좋아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지난해와 비교한 물가상승률은 –11.4%로 급락했다. 석유류 가격도 지난해 8월 유가 상승으로 12.0% 상승했지만, 이후 정부의 유류세 감면 조치와 더불어 국제 유가가 다시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8월에는 –6.6%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래서 이처럼 계절이나 여건에 따라 변동폭이 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하고 산정한 물가상승률, 소위 근원물가라는 지표를 주목해야 하는데, 이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 8월 0.9%로 지난해 8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즉 근원물가를 보면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근원물가가 한은의 목표물가를 크게 하회하면서 저물가 현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활력이 그만큼 저하된 상황에서 향후 경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제기할 수있다.

그렇다고 해서 1930년대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인 디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심는 것은 오히려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읺다. 경제는 곧 심리이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9월 12일 (18: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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