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가족생각 시 한편 어때…'서로의 어깨 빌려주며'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추석 명절에 시 한편 어떨까. 추석같은 명절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가족이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해서 좋은 이도 있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어 아쉬운 이들도 있다.

최근 출간된 시집 몇권에도 가족은 시의 변함없는 주된 테마다. 명절이 명절 같지 않을 중간고사를 앞뒀거나 입시, 또는 취업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을 이들을 위한 시집도 있다.

‘창비청소년시선’의 특별판으로 총 4권이 출간된 ‘청소년 성장시선’과 ‘청소년 관계시선’(창비교육 펴냄)을 훑어보자.

‘청소년 성장시선’ ‘나를 키우는 시 1, 2’와 ‘청소년 관계시선’ ‘너를 만나는 시 1, 2’는 기성 시인들의 작품 중에서 청소년이 가깝게 읽을 만한 작품을 각각 ‘성장’과 ‘관계’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려 엮은 시 선집이다. 꼭 청소년이 가깝게 읽을 만한 작품이라고 성인 독자들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윤동주·백석 같은 국민 시인들의 시부터 최근 문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아울러 그중 55편 내외의 작품을 엄선하여 수록했다. 읽었음직한 시가 있어 좋고 ‘아니 이런 시도 있었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나 대중에 익숙한 작품 외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들을 다수 실었다. ‘청소년 성장시선’은 손택수 시인이, ‘청소년 관계시선’은 함민복 시인이 주도하여 작품을 선정하였으며, 각 시선마다 현장 교사 2명이 시집을 엮는 데 힘을 보탰다.

가족을 떠올리며 떠올렸음직한 시 한편을 보자. 유병록 시인의 ‘식구’ 중 일부분이다. ‘매일 함께하는 식구들 얼굴에서/삼시 세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때마다 비슷한 변변찮은 반찬에서/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집는데/(중략)/나머지 한 장을 떼내어 주려고/젓가락 몇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이런게 식구이겠거니/짜지도 싱겁지도 않은/내 식구들의 얼굴이겠거니’

어머니가 차려주신 상을 받고 난 뒤라면, 또는 어머님께 올리는 상을 차린 뒤라면 함민복 시인의 ‘성선설’은 어떨까.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어머님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강원석 시인의 다섯 번째 신작 시집 ‘마음으로 그린 그림’(구민사 펴냄)도 옆에 두고 보아도 좋다. 시집 중 한편 ‘아버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전략)/아버지/달빛이 유난히 차가운 날/그대, 즐겨 다니던 길을/짙은 그림자 밟고 걸어 봅니다/아버지의 그 무겁던 달은 어느덧 내 어깨 위에서/그때처럼 떠 있습니다’

강 시인의 같은 시집 중 한편 ‘그리운 아버지’ 중 한 대목이다. ‘(전략)산버들 꺾어주시던 우리 아버지/어이해 꿈에라도 오시지 않나/(중략)/아버지 그리워 부르는 노래에/꽃향기는 붉어서 눈물만 흘러라/(후략)’

시집을 덮으면서도 새겨둘 대목이 있다. 함민복 시인은 “세계는 관계로 모든 것은 관계에 의해서 존재한다”며 “공감보다 반감이 드센 일방적 관계의 시대에서 공감을 향해 나아가는 시의 처방을 받아 봄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또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의 우리들을 위해, 따뜻한 관계를 복원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시집을 엮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