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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판결]아내 숨지게 한 치매 노인 풀어준 법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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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채원 기자
  • 2019.09.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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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처벌보다 치유와 근본 원인 해결위한 '치료적 사법' 일환…재판부 "적절한 치료 받는 게 우선"

[편집자주] 법원에서는 하루 수십 건의 판결 선고가 이뤄집니다.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담은 판결들도 많습니다. 따끈따끈한 이번 주 판결 중 가장 의미 있었던 판결 내용을 법원 출입 안기자가 자세히 설명해드립니다.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법정 안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전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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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디자인 기자
비극은 '치매'로부터 시작됐다. A씨(67)는 2013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옷을 훔쳐 갈까 걱정된다며 겉옷도 벗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고, 아내에게 종종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A씨의 증상이 점차 심해지던 지난해 11월7일 결국 일이 벌어졌다. A씨는 손주들과 함께 아들 집에 머물고 있던 아내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A씨 아내는 결국 손주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 의해 숨을 거뒀다.

사건 이후에도 A씨의 치매 증상은 더 심해졌다. 구치소로 면회를 온 아들에게 "왜 엄마와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재판장의 물음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양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고, A씨는 2심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2심 재판부는 지난 6월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사건을 시범적으로 '치료법원' 개념으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들이 피고인을 장기 입원 치료할 병원을 구해 알려주면 입원 치료를 조건으로 하는 직권 보석을 허가하겠다"고 언급했다.

첫 공판 이후 두 달 반의 시간이 흐른 지난 9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A씨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 허가 결정을 내렸다. '치료적 사법'의 일환으로 법원에서 치매 환자 피고인에 대해 내린 첫 보석 결정이다.

치료적 사법이란 형사처벌보다 피고인의 교화를 목적으로 둬 재범을 낮추고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치료적 사법에서 법원은 개별 사건 해결에 머무르지 않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법원으로 이해된다. 치유적 기능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위해 구속 상태를 일시적으로 풀어 치료받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A씨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다. 다만 주거는 치매전문병원으로 제한하며 치료 목적의 보석 허가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통상 보석 허가 시 기본 조건이 되는 보증금을 걸지 않는 대신 A씨의 서약서와 A씨 아들 명의의 출석보증서를 조건으로 달았다.

1차 공판 이후 A씨 가족과 국선변호인은 A씨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봤고, A씨 아들은 아버지에게 보석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지난 3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통해 다음날 하루 동안 A씨를 병원에서 진료받게 했고, 담당 의사는 소견서를 통해 A씨 입원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석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석 허가 결정에 따라 A씨가 입원한 병원은 법원에 A씨 조사 결과를 매주 한 차례 통지해야 한다. 아울러 A씨 자녀 역시 보석조건 준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재판부는 다음달 중순쯤 병원을 찾아 보석조건 준수 점검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법원의 치료적 사법을 위한 조치에 공감하면서도, 현행 치료감호 절차를 통한 치매 치료는 시설의 한계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 측은 이번 보석 결정에 대해 "치매환자인 피고인에게 구속 재판만을 고수할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치료의 기회를 다시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현행 형사소송법상 활용할 수 있는 보석결정을 통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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