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었다" 애플 아이폰11 출시에도 부품주 '잠잠'

애플이 지난 11일 최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1 시리즈를 공개했지만 아이폰 부품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카메라 외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평가에다 향후 판매량도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181,300원 ▼5,300 -2.84%)은 애플의 신모델 발표 기대감에 이달 들어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 발표가 있었던 11일에는 전 거래일과 변동이 없는 10만1000원을 기록했다. 아이폰에 디스플레이용 연성회로기판(FPCB)을 공급하는 비에이치 (15,990원 ▼250 -1.54%)의 지난 11일 주가는 1만595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5% 하락했고 삼성전기 (142,900원 ▼3,800 -2.59%)와 덕우전자 (8,730원 ▲180 +2.11%) 등도 큰 변동이 없었다.

애플의 아이폰11 시리즈에는 호평보다 혹평이 많다. 가격을 낮추고 트리플 카메라를 처음 적용한 것 외에는 애플이 자랑하던 혁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애플의 새 아이폰은 누구도 놀라게 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포브스는 "애플은 더이상 혁신적이지 않고 매년 같은 기술을 업데이트하며 소비자를 가둬놓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향후 아이폰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아이폰 신모델 출하량이 지난해 하반기 6000만대에서 올해 하반기 5300만대로, 연간 출하량도 2억500만대에서 1억740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아이폰11 시리즈의 판매 기대량을 전작인 아이폰X 시리즈에 비해 500만대 쯤 감소한 4000만대 중반으로 추산했다.

아이폰에 부품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들에는 좋지 못한 소식이다. 실제 아이폰11 시리즈 관련 부품 주문은 전작 대비 10%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초기 생산 수요 영향으로 애플 부품 협력사들의 실적은 3분기에 견조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4분기 지속 수요를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워 실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대감이 떨어진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애플은 퀄컴과의 분쟁으로 모뎀칩을 조달하지 못해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5G 스마트폰 출시가 확실시되는 만큼 수요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애플의 주요 시장인 중국과 미국,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내년까지 5G가 상용화하면 올해 부진했던 출하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이폰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이미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져 온 애플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애플의 신모델 판매량은 전작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미 낮은 판매 기대치와 안정적인 재고 수준을 감안하면 관련 부품업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2020년 5G 교체 사이클을 고려한 중장기 매수 관점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