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그림자…한계기업 양산 문제없나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기관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조만간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아지거나 더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기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수출 부진 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2%대 경제성장률 사수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투자가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를 낮춰도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하지만 지금 경기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충격도 크기 때문에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복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기업금융 동향과 한계기업 증가 가능성' 보고서에서 2017년 이후 국내 설비투자액 감소에도 기업금융이 증가하는 원인을 두고 "기업의 투자수요 확대보다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기존 자금 차환과 운영자금 확보 등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자금이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금융 확대는 한계기업 양산, 기업 구조조정 지연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찬성하면서도 "저금리의 장기화가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노력을 느슨하게 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2만1213개 외감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5.9였다. 전년 6.3에 비해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준다. 이자보상배율이 1 보다 낮다는 것은 1년간 벌어들인 이익으로는 이자도 못 낸다는 것이다. 이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외감기업 비중은 전년대비 2.4%포인트 상승한 32.1%로 집계됐다. 2010년(26.9%) 이후 가장 높았다. 더 큰 문제는 이자보상배율이 1 밑으로 떨어진 기업이 같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를 2년, 3년 이상 유지하는 기업 비중이 오르고, 이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는 기업 비중은 떨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비용을 낮춰 이들 기업이 한계기업 상태로 시장에 장기간 머물 수 있게 한다. 이는 자원배분 왜곡이면서, 경제체질 약화로 이어진다.

이 연구원은 "시장금리 하락으로 기업의 이자부담은 다소 경감될 것으로 보이나 저금리 추세가 다시 연장되면서 한계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심사기능 강화, 성장 기업 발굴 등 등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