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스타트업 물색하는 LG…소재·부품업체 키운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지난해 10월 노기수 LG화학 사장을 비롯한 LG계열사 임원들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스타트업 테크 페어에서 벤타VR 제품을 체험했다/사진제공=LG

LG가 그룹 차원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집중 육성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중소 소재·부품업체에 대한 투자와 협력사 제안 등의 방식으로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는 25~2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에서 '2019 스타트업 테크 페어'를 개최한다. 올해 두 번째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20여 개 주요 스타트업이 참석할 예정이다.

LG전자 (91,800원 ▼700 -0.76%)를 중심으로 LG디스플레이 (9,750원 ▼250 -2.50%)와 LG화학 (382,000원 ▼12,500 -3.17%) 등 LG 계열사 CTO(최고기술책임자)등 사장단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협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의 경우 자율주행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중소기업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소재·부품에 특화된 중소업체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행사에 초청받은 일부 스타트업은 LG이노텍 (188,700원 ▼8,000 -4.07%)으로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필요한 핵심 모듈 샘플링 테스트를 제안받고 납품 관련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현재 중소 소재업체 대상 각종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벤더 등록의 문을 크게 넓힌 상태다.

LG가 소재·부품 분야를 비롯해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것은 구광모 회장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서 1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구 회장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내외 스타트업에 대한 크고 작은 투자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독일 벤처기업과 냉장고용 리니어 컴프레서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한 경험이 있으며, 스위스 스타트업과는 '코드제로 A9' 등 무선 청소기에 탑재되는 소형 고속모터에 필요한 선행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아직 국내 소재·부품업체와는 눈에 띄는 결과물이 없는 만큼 이번에 LG가 어떤 협력 모델을 선보일지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LG는 유망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LG사이언스파크 내 개방형 사무실과 R&D(연구·개발) 공간 입주를 지원하고 각종 투자나 기술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직접 찾을 정도로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면서 "한일 관계를 감안하면 올해는 유망한 소재·부품 중소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