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썰다 감정 북받친 외할머니 이야기, '감동의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2019 한식문화 이야기·삽화(일러스트) 공모전’에서 장관상(대상)을 받은 작품 ‘무말랭이에 무친 외할머니 이야기’. 55년 동안 엄마를 찾아 헤맨 외할머니의 손엔 2005년이 되어서야 그리운 어머니의 영정사진이 쥐어졌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외할머니의 무말랭이는 빨간색이 아니었다. 잘게 썰어 몇 번을 말렸다 불렸다 반복한 무는 새끼손톱 길이에 아주 얇았다. 흡사 한 뭉치의 구더기 같았다. 양념한 무말랭이는 옅은 갈색이었다.

자신 손으로 새끼를 먹이겠다는 집념이 있어야만 썰 수 있는 게 무라는 재료였을까. 이 바위 같은 무를 자르면서 외할머니는 왜 울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원연합회, ‘다음 카카오 브런치’와 함께 지난 7월부터 약 2달에 걸쳐 진행한 2019 한식문화 이야기·삽화(일러스트) 공모전 ‘우리가(家) 한식’에서 장관상[장원(대상)]을 받은 작품 내용이다.

대상작 ‘무말랭이에 무친 외할머니 이야기’(이재윤, 필명: 기며니)는 이북식 무말랭이 반찬을 소재로 평생토록 고향을 그리워한 실향민이었던 외할머니의 사연을 담았다.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 억척스러운 보따리상으로 가장의 역할을 다하시며 다섯 딸을 키우신 외할머니가 평양에 계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질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이북식 무말랭이를 만드시던 추억이 감동을 이끌어냈다.

삽화 부문 차상(2등상)을 받은 작품 '세상에 당연한 집밥은 없다/콩국수'(김유은).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심사위원들은 “탄탄한 문장력으로 남북 분단이라는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와 한 가족이 기억하고 있는 음식을 감동적으로 진솔하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모전은 한식에 담긴 우리의 문화, 밥상에 묻어있는 가족의 사랑과 그리움, 한식이 준 따뜻한 위로 등 한식과 관련된 추억을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이야기(수필 형식)와 삽화(일러스트) 2개 분야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에는 이야기 763편과 삽화 81편 등 총 844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문체부 장관상 1명, 한국문화원연합회장상 18명[차상(최우수상) 4명, 차하(우수상) 6명, 참방(장려상) 8명], 가작 10명 등 총 29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2등상인 ‘차상(최우수상)’은 △이야기 분야에서 2편, ‘노오란 별처럼 노오란 계란죽’(박진홍, 필명: 연구하는 실천가)과 ‘할머니의 오징어김치찌개’(조은솔, 필명: 배고픈숟가락) △삽화 분야에서 2편 ‘세상에 당연한 집밥은 없다’(김유은, 필명: 김파카)와 ‘정이 담긴 우리 밥상’(허윤, 필명: Unee유니) 총 네 편이 받았다.

삽화 부문 차상(2등상)을 받은 '정이 담긴 우리 밥상'(허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노오란…’은 일터에서 고단한 몸을 이끌고 밤 10시에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솜씨 없는 요리 실력에도 아픈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계란죽을 끓여 손수 먹여주시던 정과 사랑을 풀어냈고 ‘할머니의…’는 치매에 걸려 미각을 잃은 할머니가 끓여주신 오징어 김치찌개를 억지로 먹어야 했던 기억을 통해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세상에…’는 냉면, 콩국수, 삼계탕 등을 판화처럼 그려낸 작품으로 ‘차별화된 표현력’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고, ‘정이…’은 현대화된 가족 밥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공모전이 제시한 ‘가족과 밥’이라는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출품작들은 전반적으로 작품성이 뛰어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 작품을 선정해야 했다”며 “앞으로 이 공모전이 우리 한식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